광주를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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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를 즐기자

김인수 사회교육부장

[데스크 칼럼] 가을이다. 선물 같은 가을이다.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는 사라지고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끝을 알 수 없던 무더위가 도적처럼 달아나더니 이제는 아침저녁의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올여름은 정말 잔인했다. 인내력을 테스트하는 듯 길고도 강렬했다. 입춘이 지나도, 추석이 지나도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는 계속됐다.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을 겪고도 더위는 쉬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월평균 기온과 열대야 일수, 폭염 일수 모두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런데 올해가 끝이 아니란다. 지구온난화로 점차 여름이 더워질 것이라는 경고다.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말도 나온다. 기상청은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가을을 예고하면서, 곧바로 매서운 한파가 찾아온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래서 이번 가을이 유독 소중하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이런 낭만은 보이질 않는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힘든 일상에 녹초가 된 모습이다. 지역사회의 상황도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의정갈등으로 국가 의료시스템이 흔들리고 있고, 시민들은 아프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은 복귀를 거부하고 있고, 대척점에 서 있는 정부도 요지부동이다.

풀릴 듯 풀리지 않는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고군분투 중이다. 전남권 의대 유치도 동부권과 서부권이 소지역주의로 갈라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 지하철 2호선 공사가 늦어지고 있고, 대규모 도시개발로 교통난이 예상되는 광천권역에 도시철도와 급행버스인 BRT를 도입하려는 계획도 필요한 만큼의 국비가 내려올 지 걱정이다.

국가 주도 사업으로, 인구 유입에 도움이 될 광주 상무역에서 나주역을 잇는 광역철도 건설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건설경기 침체로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곳곳에서 신축 아파트 하자 문제가 말썽이다. 수십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안정적으로 추진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전남방직 부지에 추진 중인 더현대 복합쇼핑몰 건립 프로젝트도 실패한 경험의 데자뷔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0여 년 전 광천동 이마트 부지에 특급호텔과 복합쇼핑몰 입점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과 시민단체, 국회의원들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다며 강하게 반발해 결국 쇼핑몰은 다른 시로 넘어갔고, 광주는 해마다 자영업자 폐업, 투자유치 저조, 인구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도시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탄하며 체념할 순 없다. 우리는 광주시민, 역시 ‘광주光역시’ 시민이다. 역사의 한복판에서 뚜벅뚜벅 걸어가며 숱한 난제를 해결해 온 우리다. 흑백 논리보다 냉철한 현실 인식과 장기적인 도시경영 측면에서 양자가 모두 승리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제 가을이다. 단풍의 시간이고 낙엽의 시간이다. 자연을 벗 삼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래서 유난히 짧다는 올가을에는 잠시 가슴을 열고 광주를 즐겨 보자. 트래킹코스 도장깨기도 좋고 개성만점 축제장의 흥겨움을 만나는 것도 좋다.

반갑게도 광주에서는 지금 축제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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