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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문제처럼 보인다. 이제껏 양측이 서로 협력하여 비용을 분담해 왔는데, 비율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생긴 것이다. 단순하게 보자면 분담 비율을 고정하지 않고 협상을 통해서 조정하는 것이 애초에 갈등의 씨앗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비용부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복지정책은 중앙정부에서 결정하여 국가 전체에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무상급식은 지역에서 시작하여 시간을 거쳐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무상급식은 2000년대 초 목포에서 최초로 시행된 결식아동 무료급식이 시초이다.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여 년 만에 완성된 형태로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특히 전남도교육청은 2012년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등 무상급식의 선도 교육청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무상급식은 소위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가 말 그대로 지역의 문제를 지역의 힘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얻어낸 소중한 지방자치의 역사이다. 그래서 전국 17개 시·도마다 시행 시기가 다르고 자치단체와 교육청 간의 분담비율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시기와 비율이 다른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각 지역의 지방자치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방자치의 새로운 역사를 만든 무상급식에 대해 우리 전남도와 전남도교육청은 어떠했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전남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전남도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전남도는 전국 최초로 지역생산물을 친환경 급식재료로 지원했다. 전남도와 전남도교육청의 재정 여건이 타 시·도에 비해 결코 좋지 않았음에도 무상급식을 선도해 왔다. 우리 전남은 이러한 자랑스러운 역사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현 정부 들어서 지방의 예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고 여러 평가도 있겠지만 주어진 현실에 맞추어야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남도와 전남도교육청이 비용 분담을 놓고 갈등을 빚는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전남은 무상급식이 담고 있는 소중한 역사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협력하여 슬기롭게 이겨내야 한다.
전남도는 무상급식 분담 비율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앞으로도 계속 줄여갈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분담비율이라는 것이 각 자치단체의 사정이나 현장을 정확히 반영하는 세부적인 기준이 있기보다는 무상급식에 대한 정치적 결단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므로 무상급식의 역사적 맥락을 생략하고 예산절감 측면만 보자면 전남도의 태도는 당연한 듯 보인다. 전남 주민들 입장에서도 누구 돈에서 나오든 급식에 문제가 없다면 걱정할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번 일은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었다. 전남도교육청은 해마다 단계적으로 전남도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대안을 제시해 왔다. 충분히 협력하여 풀어 갈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남도는 뚜렷한 대안없이 줄이겠다고만 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했다. 이러는 와중에 무상급식을 선도했던 전남은 사라지고 비용을 두고 싸우는 모양새만 남게 되었다. 과거 전남도와 전남도교육청을 이끌며 무상급식을 선도했던 분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이제라도 더 늦지 않게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광남일보 기자 @gwangnam.co.kr 광남일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