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발표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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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문학상 발표 그 이후

국제PEN한국본부 광주지역위원회 박신영 이사장

국제PEN한국본부 광주지역위원회 박신영 이사장(소설가)
국제PEN한국본부 광주지역위원회 박신영 이사장(소설가)
[기고] 며칠 전 서울 광화문 점 교보문고에 다녀왔다. 2년 전과는 달리 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보는 사람들도 많았고, 책을 몇 권씩 손에 들고 결제를 하기 위해 몇 줄로 겹쳐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즉 한강 책 구매 열풍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 한국에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며 같이 갔던 소설가 후배와 흐뭇하게 웃었다. 문고 안 여기저기에 한강의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한강작가 코너에는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가 베스트셀러 1, 2, 3순으로 팔리고 있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손에 책을 펴들고 읽고 있는 그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뭉클했다. 주로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였다. 독서는 오랫동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였지만 어느 날 부터인지 사람들의 손에서 책은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그녀의 작품들이 사람들의 손에 들려 읽혀지고 있는 것이다. 독서는 우리의 정신적, 정서적, 심지어는 신체적 웰빙에 영향을 미치는 이점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 뿐이 아니라 독서 모임 열풍도 일어나고 있어 서점가는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는 좋은 소식도 들을 수 있다.

요즘 광주 영풍문고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마련된 공간 여기저기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나 간절히 기다리던 풍경인가. 참으로 아름다운 그림이다.

그 외에도 타 지역에서는 한강 노벨문학상수상을 축하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 전남 영암도서관에서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역대 수상자들의 도서를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2007년 수상자 도리스 레싱부터 올해 한강에 이르기까지 최근 18년 동안 노벨문학상 작가의 대표 도서를 볼 수 있다.

또한 부산도서관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 밖에 울산 시 교육청에서도 한강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행사를 하고 경기도 다독다독 축제에서도 6000명이 모여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했다.

물론 광주에도 전일빌딩 245 1층 북카페에서 한강 작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가보면 한강 작가의 책을 필사하는 곳도 있고 각자의 메시지를 남기는 곳도 마련되어 있으며 거기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도 꽤 있다.

광주는 예향이라고 불릴 만큼 예술과 문화 중심도시다. 민주주의와 인권 운동의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며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도시다. 그 중에서도 5·18 민주화운동은 광주의 대표적이자 역사적 사건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희생과 헌신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그 5·18의 아픈 역사를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에 담아냈고 그 작품이 꿈같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 작가의 고향이 광주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감당할 수 없이 벅찬 광주의 최고의 축제이다.

또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강 작가의 창조적 능력과 그 것을 가능케 한 한국문학의 저력과 번역의 힘 등 세 박자가 결합 되어 이뤄낸 대한민국의 쾌거이며 광주의 5·18을 다시 보듬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런데 광주시는 생각보다 서툴고 서두는 경향이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에 관한 기념사업을 급하고 무리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가 두고 두고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선정해야 한다. 이를테면 그녀의 정서와 흔적이 묻어 있는 의미 있는 공간에 그녀의 지난 삶을 담아내어 추억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일들은 앞으로도 급하게 서둘 일이 아니고 천천히 정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모두가 공감하고 작가가 만족할 만한 기념사업에 중점을 두어야 옳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하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정말 시급한 것은 문학지원에 특별히 문을 넓혀야 하는 일이다. 문학의 언어는 예술 그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늘 뒤로 밀리는 상황이다. 미술, 연극, 공연 등 타 장르와 달리 문학은 유통과 확산에서 언어 장벽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공공의 폭넓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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