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삶 해부…‘공동체 의식·시문학’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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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

남도의 삶 해부…‘공동체 의식·시문학’ 조망

김선태 시인, 정년 퇴임 앞두고 시집·평론집 출간
시집 ‘삶’ 사연들 상기…평론집 지역문학 개괄 정리

목포대에서 후학들을 육성하고 있는 김선태 시인(목포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사진)이 오는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시집과 문학평론집을 고요아침에서 잇따라 펴냈다.

먼저 ‘고조곤히 서러운 마을 이름들’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시집은 아홉번째 작품집이며, 첨단 문명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공동체 의식을 상기하게 한다. 가난하고 궁핍했던 우리들의 기억 속 고향을 따뜻하게 그려낸 이번 시집을 통해 독자는 시의 아름다움과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신이 태어나 자란 남도의 정서와 정신을 일관되게 추구해온 시인은 남도를 일개 지역이 아니라 한국인의 정신적 원형이 살아있는 원향이라고 여기는 한편, 이 첨단문명의 시대에 그나마 자연생태가 덜 훼손된 곳이 남도라는 생각이다. 그는 남들이 휘황한 문명의 불빛을 좇아 대도시로 떠나버렸지만 남도 반딧불이처럼 홀로 남아 시를 써왔다. 중앙문단으로부터 소외 등 여러가지로 불리한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고 시작에 전념해 온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남도에서 살아오면서 겪었던 소소한 삶의 사연들을 숨기지 않고 진솔한 시어로 드러낸다. 대표적인 작품이 선태 및 차중이 아재와 홍식이 아재가 아닌 듯 싶다. 시 ‘선태’에서 시인은 같은 마을에 사는, 성까지 같은 두 선태를 시적 자아로 호출해 자신만의 독특한 체험의 카테고리를 통해 시적 형상화에 몰입한다. 그는 ‘같은 마을에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가 살았다. 같은 나이에다 동성동본에 항렬도 같았다. 생김새와 성격만 다를 뿐이었다.//우리는 항상 서로를 의식하며 살았다. 딱히 싫어하거나 미워할 이유도 없는데 내가 그를 부를 때 나를 부르는 것 같아 싫었다. 그렇게 은근히 거리에서 늘 서먹했다//…중략…//같은 이름으로 살았지만 일찍 유명을 달리한 그를 위해, 내가 그 몫까지 살아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새삼 마음을 다잡곤 한다’고 노래한다.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인해 여러가지 감정적 제약이 따르는 것은 우리네 인생사다. 같은 이름인데 그쪽보고 이름을 바꾸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시인이 이런 고민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이 시를 통해 처음 안 사실이다. 먼 시간이 흐른 뒤 그와 함께 했던 학창시절이 오버랩된다. 낡은 필름 하나를 돌리는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일찍 세상을 떠난 또 다른 객체와 같은 ‘선태’에 대한 시인의 선한 마음 다짐이다. 그 선태의 육신 하나에 먼저 간 선태를 각인한다.

김선태 교수
차중이 아재와 홍식이 아재는 자라면서 형성된 인상을 표출한다. 시인은 차중이 아재에 대해 열여덟살부터 남의 머슴살이를 하다 서른 세살에 본가로 돌아온 노총각으로 묘사하고, 홍식이 아재는 기골이 장대하고 수염이 덥수룩하며 눈이 부리부리해 마을에서 가장 무서웠던 존재다. 이 두 시는 시간의 공백이 드러난다. 차중이 아재에서는 팔순이 넘었고 살아있기는 할까, 홍식이 아재는 그 존재 유무는 모르지만 여전히 유년의 기억 속 무서움이 지속되고 있다. 시인은 아재의 빈집을 힐끔힐끔 쳐다본다고 한다. 시 표제처럼 고조곤히 서러운 마을 이름들인 셈이다.

시집은 ‘지울 수 없는 서사’를 비롯해 ‘집과 사람’, ‘고조곤히 서러운 마을 이름들’, ‘남도밥상’ 등 제4부로 구성됐으며, 분주한 일상 틈틈히 창작한 작품66편이 수록됐다.

곽재구 시인은 표사를 통해 “세상 떠돌다 나이 들어 고향에 다다른 인간의 눈빛만큼 진지하고 순결한 무엇은 없을 것이다. 그의 시집을 읽어가는 동안 고향 마을 언덕배기 위에 서서 깜박이는 마을의 불빛 몇 송이를 바라보는 이의 아득한 마음결이 느껴졌다. 세상 이곳저곳 방황하며 살았으나 마음 안에 끝없이 살아 숨 쉬는 고향 사람들의 모습은 방랑의 끝에서 만나고 싶은 이승의 풍경일 것”이라며 “더없이 맑고 따스한 이 풍경들은 이순을 넘긴 김선태의 시가 꿈꾸는 지상의 모습일 것이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어머니의 젖가슴을 놓치면 죽는 줄 알았다는 시인의 고백은 우리 모두의 고백일 수 있다”고 평했다.

이어 평론집 ‘남도 시문학의 어제와 오늘’은 우리문화의 원형이 살아남아 있으며 생태, 환경적으로 덜 훼손된 곳이 ‘남도’로 시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 정치적 주변부에 속해 있었던 역사적 여건은 남도인들에게 풍부한 감수성이라는 예술적 기질을 갖게 했다. 독자들은 이번 평론집을 통해 풍류정신과 저항정신이라는 남도의 전통적인 문학정신에 심취하게 될 전망이다.

4부로 구성된 이 평론집은 제1부에는 김우진론을 비롯해 박용철론, 송수권론, 최하림론, 한승원론이 각각 실렸으며, 제2부에는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섬’의 공간적 인식과 의미, 낚시에 대한 시적 사유와 창작방법론, 남도의 젖줄 영산강의 문학과 노래, 김지하 시인에 대한 회고와 변명 등이 수록됐다.

마지막으로 제3부에는 남도문학과 강진문학, 목포문학, 신안문학, 영암문학, 완도문학 등 지역문학의 개괄을 조망하고 있으며, 제4부에는 최두석 시집 ‘숨살이꽃’, 양문규 시집 ‘여여하였다’, 김성태 시집 ‘봄을 그리다’, 이윤선 시집 ‘아무 글자든 쓰거라’, 김충경 시집 ‘타임캡슐’, 박금희 시집 ‘물들다’ 등을 분석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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