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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수 시인 |
시인이 요즘 생각하고 있는 행간들을 채우는 작품들로 ‘태풍 마이삭에도 굳세고 당당하게/웃어 반기는 서너 송이 꽃//겉보리 절구질이 싫다고/중학교에 가고 싶다고 그 옛날/봇짐 싸들고 밤도망한 누이들’(‘개똥참외꽃’)이나 ‘누구의 그늘 아래 산다는 말보다/누구의 그늘이 되어 산다는 말이 훨씬 멋지다//누구에게 적절한 농도의/서늘한 그늘이 된다는 것, 그러려면/우선은 나부터 반듯이 설 줄 알아야 한다’(‘그늘에 대하여’)고 노래하는 시편들일 것이다.
또 시인이 추구하지는 정신적 가치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들로 ‘계엄군의 정조준에 심장을 들이대고/파랗게 떨던 그 새벽도 내 항문도/팽팽히 조인 고무줄의 힘에 맞서다가/피투성이로 쓰러졌지 파열되었지’(‘그해 오월과 항문’)나 ‘통일이 어려워/통일시 쓰기가 어려운가/통일시 쓰기 어려워/통일이 어려운가//...중략...//통일시 한 편/남기지 못하고 떠난 시인은/아무리 유명해도/죽은 시인이다“(’죽은 시인‘)라고 하는 시편들 대표적이다.
특히 독자의 마음을 더욱 옥죄는 것은 1980년 5월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이다. 우리 사회와 민족의 현실을 노래하는 시인의 시편에는 이 부채의식이 도저하게 흐르고 있는데, 그것은 곧잘 절망이자 희망의 강물로 변주된다.
이를테면 ‘마을마다 슬픔들이 범람했다/목숨들은 칼이 되어 서로 찔렀다’(‘강물의 이력’)나 ‘사람다운 세상 위해/피투성이로 싸웠던/이 땅의 삼월 사월/오월 지나//내 고향 담양 땅/대숲 울에는/종마의 거시기 같은/죽순들이 불끈불끈 솟아오르네’(‘유월’)라고 노래하는 시편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시집은 제5부로 구성, 분주한 일상 속 틈틈이 창작해온 작품 70편이 수록됐다.
시인은 이번 시집과 관련해 “세상살이가 어렵듯이 살아갈수록 시는 더욱 어렵다”면서 “까까머리 중학생 때부터 시를 만난 후 사람 냄새 흙냄새 폴폴 나는 시를 쓰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준태 시인은 “그의 시(노래)는 남도평야를 앞가슴으로 깊이 비비면서 흐르는 300리 영산강처럼 유장(悠長)하고도 건강하여서 감동의 폭이 넓고도 길다”고 했고, 고재종 시인은 “김희수 선생의 평생의 시적 화두는 나라 걱정, 시절 걱정, 고향 생각으로 그 진정성과 핍진함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고 표사를 통해 평했다.
김희수 시인은 1949년 전남 담양 출생으로 전남대 국문과 및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 1983년 ‘민족과 문학’에 ‘우리들의 아들’ 등 8편과 1984년 창작과비평사 17인 시집 ‘마침내 시인이여’에 ‘뱀딸기의 노래’ 등 5편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뱀딸기의 노래’, ‘오늘은 꽃잎으로 누울지라도’, ‘지는 꽃이 피는 꽃들에게’, ‘사랑의 화학반응’, ‘저 들녘에 내가 있다’ 등을 펴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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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5 (화) 2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