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실천 사회운동가·지독한 근면성…시대를 관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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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

신념 실천 사회운동가·지독한 근면성…시대를 관통하다

5·18 시민운동 주도 김상윤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
지난 1월 e북 보완 첨가 ‘흔들리며 배운 세상’ 선봬
1970년대 민청학련 5·18항쟁 등 민주화 기억 상기



2000년 5월 15일 뉴욕 한국문화관에서 기념 촬영한 로버트 모건 교수, 김상윤(가운데), 장석원 전남대 교수.


2000년 5월 16일 윤석동(윤상원 아버지), 브레들리 마틴(1980년 5월 26일 윤상원 마지막 기자회견 취재), 김상윤(오른쪽 두번째).


지역문화교류재단과 일본 우타고에합창단 교류사업. 2013년 ‘화려한 휴가’ 뮤지컬 도쿄공연 응원 방문.(뒷줄 왼쪽부터 세번째가 저자)
지난 1월 소개됐던 지역 민주화운동 원로에 대한 산문집이 내용을 더 보충해 한권의 오프라인 단행본으로 나왔다. 1월 선보였던 산문집은 e북이었다. 주변의 많은 지인들과 동시대 운동을 했던 장본인들이 e북에 대한 개념이 생경해 줄곧 단행본 책으로 출간을 이야기해오던 터에 저자 본인이 직접 등판해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산문집을 펴낸 것이다.

e북은 ‘50년 동안 흔들리며 배운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었다. 당시 ‘나의 소박한 운동사’라는 부제를 단 이 산문집은 조원탁 동신대 명예교수가 엮었다. 산문집의 주인공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원로이자 시민운동을 주도했던 김상윤(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씨가 그다.

김상윤씨가 SNS에 ‘나의 소박한 운동사 회고’를 게시했는데 이를 조 명예교수가 보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주변의 반응이 뜨겁자 이를 e북으로 선보인 것이었다. 당시 매우 사적인 내용이어서 조 명예교수에게 책을 펴내지 말자고 했으나 책의 이름부터 추천사, 사진까지 첨부해 전자책으로 펴냈다는 설명이다.

이후 주변에서 “종이책은 언제 나오느냐”는 말들을 많이 전해와서 빠진 운동사 등을 보완, 첨가해 오프라인 단행본으로 선보이게 된 것. 이번에 출간된 산문집은 ‘흔들리며 배운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1975년 유신독재 시대 민청학련 혐의로 수감 중이던 광주교도소에서 형집행정지로 출감한 지 50년을 맞아 1000부를 도서출판 미디어민에서 발간했다. ‘뚜뚜 선생의 소박한 운동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산문집은 1부 ‘나의 소박한 운동사’와 2부 ‘역사 운동을 위한 고언’ 모두 누락된 내용을 첨부하는 등 보완을 거쳤다. 뚜뚜는 친구들이 붙여준 저자의 별명으로, 뚜벅뚜벅의 줄임말이다. 실제 저자는 친구들 카톡방에 뚜벅뚜벅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나의 소박한 운동사’에는 나간채 전남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많은 시민역사운동가들이 2023년에 결성한 바른역사시민연대(대표 나간채)의 내용이 모두 빠져 있었는데 이를 보완한 것이다. 때마침 전라도 천년사 문제가 가시화되자 저자는 부득이하게 페이스북에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그때 피력했던 내용들이 포함됐다.

‘역사 운동을 위한 고언’ 중 제1장 전라도 천년사 톺아보기는 저자가 페북에 썼던 글인데, 2023년 8월 10일부터 9월 4일까지 광주인에 연재했던 것들이다. 그 이후 ‘조00 교수의 인터뷰에 대한 반박문’은 주류 강단사학의 주장을 비판한 내용이지만 사적 감정이 없는 글이어서 익명으로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2부 4장 ‘바른역사민연대와 함께 하는 중국 유적지 답사’에서 언급 밖이었던 홍산문화 답사 내용을 수록했다. 홍산문화 답사는 고조선 문명이 홍상문화였고, 홍산문화의 주역이 우리 한민족이었다는 증거가 각종 유물들을 통해 드러나면서 부쩍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기류로 인해 답사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산문집은 저자의 20대 이후 삶에 관한 이야기를 망라해 1970년대 유신반대운동 동참, 1980년대 신군부에 맞서 저항했던 서울의 봄과 5월광주민중항쟁, 그리고 6월항쟁의 거센 물결 속에서 그가 겪어내야 했던 거대한 역사적 무게감 등을 접할 수 있다.

또 1970년대 민청학련 사건 이후 녹두서점, 1980년 광주항쟁과 그 항쟁의 연장으로 계속된 5월 운동, 그후 의료사업 투신 등 그의 삶의 궤적과도 만날 수 있다. 녹두서점 운영은 그의 삶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해줬다. 전남대 학생으로 박정희 유신정권에 반대하다 제적당한 후 독서모임에서 활동하다가 당시 금서로 지정된 인문사회과학서를 학생과 시민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1977년 계림동에 녹두서점을 열었고, ‘녹두서점의 오월’ 등을 펴낸 바 있다. 부인은 전 오월 어머니집 이사장을 맡았던 정현애씨다.

여기다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한 문화사업, 사회적기업 실험, 윤상원 열사 기념관, ‘광주마당’ 설립, 민주주의전당 유치 활동, 유네스코 창의도시와 미디어아트 사업 등을 조망하고 있다.

나간채 명예교수는 ‘뚜뚜 선생과 나의 인연’이라는 서문을 통해 “뚜뚜 선생을 광주에서 처음 만나 삶을 함께 나누며 살아온 지 4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자주 만나온 것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 자주 소통하면서 지내오다가 몇년 전부터 더 자주, 적어도 1주일에 한번 정도 독서모임을 중심으로 자리를 함께 해 왔다”며 “많은 것을 새로 만들기 위해 실천한 사회운동가이자 지독한 근면성을 가진 인물, 선비정신이 투철한 비판적 지식인 등 세가지 특질을 가졌다”고 전했다.

지병문 전 전남대 총장은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저자의 자서전적인 나의 소박한 운동사와 전라도 천년사 편찬을 둘러싼 논쟁, 그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한 바른역사시민연대 및 한가람역사연구소와의 중국 유적지 답사, 그리고 문명사적 전환기에 대한 소회 등을 함께 엮은 것”이라면서 “역사문제를 단순히 과거의 사실 규명에 머물지 않고 기후 위기와 자본주의 한계, 미국 패권의 굵직한 현대 문명사적 흐름과 연결한 점은 매우 독창적이고 거시적인 통찰”이라고 밝혔다.

회고 형식으로 기술된 이 산문집은 생사를 넘나드는 두 번의 투옥을 불러온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약칭 민청학련) 사건과 5·18민중항쟁 등 굵직한 사건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오히려 그 이후의 시간, 시민과 함께, 지역과 더불어, 조용히 이어온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단행본 제일 앞쪽에 첨부한 서언을 통해 “나는 매년 내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책으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내가 죽은 후에 내 딸과 아들이 내 기억을 추억할 수 있도록 배려한 셈이다. 이제 내가 그동안 사회활동이랍시고 저질러온 내용을 소박하게나마 정리해보고자 한다. 매우 사적인 기록이니 그렇게 이해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표지그림은 재독화가 정영창씨의 ‘광주의 트라우마’를 수록했다. ‘광주의 트라우마’는 저자가 5·18 구술 작업 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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