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광주를 연고로 시와 아동문학, 청소년 소설 등을 꾸준하게 집필하며 폭넓은 문단활동을 펼쳐온 안오일 작가가 역사가 살아있는 그림 동화 ‘기억 공장’을 노는날 그림책 22번째권으로 펴냈다. 그림은 조형예술을 전공한 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신진호씨가 맡았다.
이 그림동화는 주정 공장에 담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주정을 만들고, 사람들의 희망을 담던 공장은 한순간에 절망이 가득한 공간이 되는 과정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공장은 그 터에 다시 세워져 참혹한 기억을 노래한다. 스토리는 주정공장의 평화로운 일상이 펼쳐지던 어느날 무거운 군홧발 소리가 들려온다. 주정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쫓겨난다. 공장 관리인에서부터 공장에서 일했던 찬희 아빠와 찬희도 그 모습을 감춘다. 그런데 텅 비다시피한 주정으로 죄없는 사람들이 붙들려와 갇히기 시작한다. 감옥으로 바뀐 것이다.
주정공장은 1943년 설립된 동양척식주식회사 제주 주정 공장이 본이름으로 해방전후 제주의 주요 산업시설이었으나 4·3당시 수용소로 활용되면서 역사적 풍파의 공간이 됐다. 혹독한 고문 후유증과 열악한 수용 환경 때문에 죽어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이 그림동화는 이런 역사의 어두운 단면을 상기시킨다. 특히 어린이 독자들에게 쉬운 이해를 위해 활자수를 줄이고 그림을 통해 친근하게 다가가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 |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