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누구랑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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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세평]누구랑 살 것인가?

김요수 광주연합기술지주 대표

김요수 광주연합기술기주 대표
가까이 지내는 동무가 ‘어떻게 살 거야?’ 물었다. 칭찬하고, 고마워하며, 부지런히, 친절하게 살아야지, 돈 많이 벌고 성공하겠다는 말은 숨겼다. 난 우아(?)하니까.

대답은 했지만 기분이 꿀꿀했다. 교과서 같은 답이기도 하고, 그렇게 산다고 꼭 행복이 찾아오는 것도 아닐 텐데.

‘가고 싶은 데는 없어?’, 프랑스 몽셸미셸, 페루 마추픽추,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둘러댔지만 나에겐 그림의 떡이다. 왜 가고 싶어? 아름답고 환상적이잖아. 사서 한 고생 맛도 보고.

그때 옆에 있던 상연이가 툭 던진다. 누구랑 가고 싶은데?, 거기서부터 머리가 어지러웠다.

엄마 모시고 간다면? 스페인 산티아고는 어렵겠군. 아이들과 간다면? 준비할 일이 한둘이 아니겠는데. 동무들과 간다면? 어떻게 마음을 맞춰야하나. 혼자 간다면? 두려움이 앞서는데. 무엇보다도 돈은?

‘누구랑’을 떠올린 순간, 내가 그리던 여행지는 후다닥 바뀌고, 휘리릭 사라졌다. 바로 그때 삶의 핵심은 ‘누구랑’이란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잘 사냐고 물으면? 거의 팍팍하다고 한다.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투덜댄다. 하지만 뭣이 즐겁냐고 물으면? 꽤나 많이 재잘거린다. 아무리 거칠게 살더라도.

잘 사냐고 물을 게 아니라 언제 즐겁냐고 물어야 한다. 즐거운 일을 떠올려 즐겁고, 즐거움을 재잘거리니 또 즐겁고, 그렇게 즐거움이 쌓이면 괴로운 시간보다 즐거운 시간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사는 게 즐거운 사람? 있겠지만 사는 일은 모두 힘들다. 즐거운 척, 보람 있는 척 할 수는 있어도! 어린이도 고달프다고 하는 걸 보면 나이와 상관없다.

높은 자리의 권력자도 힘들다고 하고, 이름이 알려져 떵떵거려도 힘들다고 하니, 가진 것과도 관계없는가 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수많은 철학자와 선구자들이 정답처럼 책을 썼다. 요즘 연구자들과 꼰대들도 수많은 해법을 말로 쏟아낸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사람들은 그렇게 살기 어렵고, 그렇게 살더라도 행복은 하늘에 별 따기 같은 신기루일 뿐이다.

그러니 잘났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달콤한 소리에 귀 호강이나 하고, 안다니 노릇하는 사람들의 그럴 듯한 소리에 속만 달랠 뿐이다. 혹시나 하지만 한 숨 푹 쉰다.

우리는 배웠다는 사람들 덕분(?)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

누구랑은 빼버리고! 물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바지 입은 뒤에 빤쓰 입는 소리처럼 들린다. 많이 배우고 크게 말할 줄 아는 유시민 작가쯤 되어야 ‘어떻게 살 것인가’란 책을 쓸 수 있겠다.

어떻게 살 건데? 배우고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지. 훗, 배우다가 날 새서 잠자기조차도 벅차다.

못 배워 초라한데 잘난 척까지 하느라 돕지 못한다. 돕지 못하니 도움 받지 못한다. 많이 겪어본 사람, 배운 사람이 하는 말이 틀린 적은 별로 없지만 실천하기가 참 난감하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냐고 물으면, 마당 있는 집, 마트와 학교와 병원이 가까운 집이라며 남들과 비슷하게 말한다.

하지만 누구랑 살 거냐고 물으면, 방과 화장실은 몇 개, 우리가 바라는 공간은 무엇? 고민하게 되고 그렇게 만들려고 한다.

어떤 회사에 다니고 싶냐고 물으면, ‘월급 많고, 일은 적은 회사’라고 웃음엣소리 아닌 웃음엣소리를 한다.

누구랑 일하고 싶냐고 물으면, 말이 통하고, 일머리를 알고, 서로 도와주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고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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