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수억 썼는데"…한번 쓰고 폐기되는 기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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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혈세 수억 썼는데"…한번 쓰고 폐기되는 기표대

6·3 대선 때 광주·전남 5800대 설치…일괄 수거·폐기
미개봉 제품도…선관위 "보관 어려움·사고 위험 방지"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제작한 선거 기표대가 단 하루만 사용하고 폐기 처분되고 있어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다.

10일 광주·전남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 때마다 전국 투표소에는 기표대와 가림막이 설치된다.

현재 사용되는 기표대는 알루미늄 재질로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선관위가 처음 도입했다.

기표대는 선거 시기가 다가오면 각 지역별 선거관리위원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필요한 수량을 요청한다. 이후 중앙선관위는 전국 선관위 수량을 취합해 전문제작 업체에 의뢰하고, 제작된 기표대를 각 지역별로 배부한다.

선거가 마무리되면 기표대는 제작 업체가 일괄 수거해 폐기한다.

문제는 보관·안전상의 이유로 단 하루만 사용하고 버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중에는 새것과 다름없거나 미개봉 제품까지 포함돼 있다.

선관위가 ‘기표대를 반영구적으로 쓸 수 없다’는 이유로 폐기하고 있지만 일회성으로 낭비되고 있는 예산 수준이 상당하다.

실제 지난 6월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 때도 전국 1만4295개 투표소에 19만8670여개의 기표대가 설치됐고, 그 비용은 28억4000여만원에 이른다.

광주에서는 357개 투표소에 1400여개 기표대(6160여만원)가, 전남에서는 862개 투표소에 4400여개의 기표대(1억9360여만원)가 설치됐다.

앞서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는 41억7000만원,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는 23억5000만원이 기표대 제작 비용으로 사용됐다.

해당 기표대는 특수제작물이기에 기표대 제작 업체에 모두 수거됐다.

접고 펴기도 수월하고, 특별한 흠집도 없어 충분히 재사용이 가능한 기표대이지만 수명은 12시간에 불과해 선거 때마다 수십억원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선관위는 기표대를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부식, 노후화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함이다고 해명했다.

또 선거 후 유권자의 낙서, 인주 등으로 훼손된 기표대를 재사용하게 되면 선거의 신뢰성을 유지할 수 없기에 새로 제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기표대를 재사용할 수 없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수천개의 기표대를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다. 또 기표대가 알루미늄과 두꺼운 합판으로 구성돼 있는데 시간이 오래되면 부식 등으로 손을 짚었을 때 무너지는 등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선거인들이 사용하다보니 내부 낙서나 인주 번짐 등 오염이 되면 다른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면서 “이를 지우고 다시 사용하기 어려워 선거 때마다 새로 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윤용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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