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가장학금 확대, 지방대생에는 기회인가 위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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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가장학금 확대, 지방대생에는 기회인가 위안인가?

강병국 전 무안군의원

강병국 전 무안군의원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가장학금 제도 확대는 윤석열 정부 시기에 기획되고 확정된 정책이다. 당시 정부는 소득 8구간에서 9구간까지 지원 대상을 넓히고, 가족 돌봄 청년과 지방 거주 대학생을 위한 근로·우수·주거안정 장학금도 대폭 확대했다. 학비 부담을 낮추고 교육 기회를 보다 넓게 보장하며, 청년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제도 확대 자체는 분명 환영할 만한 조치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지방대학 학생에게 실질적인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가장학금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역 내 청년 교육의 기반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 설계 이상의 관점이 필요하다.

지방대학은 지금 거대한 구조적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다수의 지방대학이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은 통합 또는 폐교 압박을 받고 있다. 지역 내 청년 인프라의 부족, 취업 연계 시스템의 취약함, 문화·생활환경의 열악함 등 복합적 요인이 지방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대학은 수도권 대학으로의 편입을 추진하거나 캠퍼스 통·폐합을 검토하는 등, 존속 자체를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학금 지원 대상이 확대됐다고 해도, 정작 그 혜택을 받을 학생 수 자체가 줄고 있는 현실은 제도 효과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장학금이 제 역할을 하려면, 그 전제는 지역 대학이라는 플랫폼의 존속이다. 고등교육의 지역 기반이 무너지면, 장학금 확대는 실효성 없는 숫자에 그칠 뿐이다.

정보 접근성과 행정 지원의 격차도 여전히 뚜렷하다. 수도권 대학에 비해 지방대학은 장학금 관련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나 방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신청 방법을 몰라서 못 받거나 복잡한 절차에 지쳐 포기하게 된다면 실효성이 없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 학생일수록 이러한 장벽을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다. 지방대학 학생 상당수가 장학금 신청 기한이나 조건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탈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정보 비대칭, 디지털 접근성 격차, 학교 행정 인력 부족 등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 행정 서비스의 지역 격차는 곧 교육 기회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지원 금액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가족 돌봄 청년 우선 지원’ 제도도 지방대 학생들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지방대학에는 부모 병간호, 조부모 부양, 농촌 가사노동 등 다양한 형태의 돌봄 부담을 안고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이 많다. 그러나 제도는 도시 중심의 정형화된 돌봄 기준을 따르고 있어, 실제 돌봄 책임을 지고 있는 많은 지방 학생이 제도 밖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비공식 돌봄의 경우 증빙이 어렵고 행정적 인정도 제한적이어서, 정책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정책이 돌봄의 실질적 현장을 반영하려면, 도시-비도시 간 삶의 양태 차이에 대한 민감한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재검토 없이는 제도적 형평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새로운 정책 전환의 시기다. 앞선 정부가 도입한 국가장학금 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가 그 사각지대를 면밀히 점검하고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학금은 단순한 숫자의 확대가 아닌 실제 학생의 삶을 바꾸는 정책이어야 한다.

특히 지방대학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이 위안이 아닌 진짜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의 지역 격차와 제도적 한계를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제도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정기적 평가와, 지방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개방적 행정이 병행돼야 한다.

정책은 시작보다 유지와 개선의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국가장학금 확대는 방향은 맞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의 깊이와 실행력이다. 제도는 종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 지방대학의 존립은 단순한 학문기관의 유지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지속성과 청년 기회의 분산이라는 더 큰 가치와 직결된다. 지방대학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정하고 실질적인 교육복지가 지금 이 시점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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