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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춘섭 전남도 주거복지센터장 |
이처럼 전세 문제가 정치 의제로 떠오른 것은, 특히 청년들에게 ‘전세’는 단순한 주거형태가 아니라 ‘독립’이라는 삶의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월세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 자립에 대한 열망. 그 모든 것이 ‘전세’라는 두 글자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 꿈을 노리는 것이 바로 나쁜 어른들이 만들어낸 ‘전세사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5년 6월 1일 기준 전세사기 피해로 인정된 건수는 3만 400건에 달한다. 이 중 무려 75%가 청년층이다. 수천만 원의 전세보증금은 청년에게 생애 첫 자산이다. 그러나 “설마 나에게 그런 일이”라는 방심 속에서 그 전 재산이 한순간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세사기의 대부분은 ‘깡통전세’다. 집값보다 보증금이나 대출금이 더 많은 구조다. 예를 들어 집값이 4억 원인데, 세입자 보증금 총액이 4억 5000만 원이라면, 경매에 넘어가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다.
게다가 임대인이 대출을 먼저 받아 근저당을 설정한 경우, 나중에 들어온 세입자의 보증금은 후순위다. 아무리 전입신고를 해도, 확정일자를 받았어도 등기부등본을 제대로 안 봤다면 보증금은 날아간다.
청년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공통된 말이 있다. “등기부등본이요? 처음 들어봤어요.”, “확인해 봤는데 이상 없던데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전세 계약 전,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직접 떼어보고 근저당 설정이 있는지, 전세권 또는 임차권이 설정되어 있는지,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너무 높지 않은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부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가능한 경우 전세권 설정 등도 재산권 보호에 도움이 된다. 청년이라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료를 최대 30만 원까지 전남도 건축개발과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요즘은 전세사기 관련 정보를 앱(안심정보 앱 등)이나 포털에서도 손쉽게 확인 가능하다. 유튜브에도 전세 체크리스트 영상이 넘쳐난다. 그리고 전라남도주거복지센터(☎ 061-288-8424/1551-8424)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청년이라서 몰라도 되는 시대는 끝났다.
정부는 전세사기피해자법 연장, 경·공매 일시 중단 등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전남도도 자체 예산으로 피해 청년에게 생활안정자금 100만 원을 지원 중이다. 하지만 이미 피해를 입은 청년들에게는 이 모든 조치가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해주진 못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다.
문제는, 전세사기피해자법이 2025년 5월 31일 이전 계약자까지만 보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발생할 피해는 제외된다. 또한, 피해자 인정률도 2023년 7월 94.1%에서 작년 12월은 49.7%로 크게 떨어졌다. 그래서 더욱 절실한 것이 예방 교육이다.
다행히 전남도주거복지센터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월 12일 광양시에서 열린 청년 130여 명 대상 예방교육을 시작으로, 도내 전역에서 전세사기 예방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관·단체·회사 누구나 신청만 하면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전세사기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리 알고 준비하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말라. 지금 조금 번거롭더라도, 계약 전 몇 가지만 확인해도 인생의 큰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요즘 청년들에겐 ‘내 방 하나’가 소중하다. 그 방이 사기의 시작이 되지 않도록, 전세 계약 전 필수 확인사항은 꼭 체크하자. 이것은 부동산 공부가 아니라, 청년의 생존을 위한 필수 기술이다.
전세사기는 알고 대비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오늘 하루 10분, 전세사기 예방법을 검색해보자. 그리고 교육이 있다면 반드시 참석하자. 그 선택이 여러분의 수천만 원을 지켜줄 것이다. 뉴스 속의 피해자가 내 이름이 되지 않도록, 지금 당장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