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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ENA 공동제작 ‘추성훈의 밥값은 해야지’ 장면 일부[E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ENA 사옥에서 만난 송준섭 EBS PD는 EBS·ENA 공동제작 예능 ‘추성훈의 밥값은 해야지’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다양한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밥값은 해야지’는 최근 유튜브에서 ‘아조씨’라는 별명을 얻은 전 UFC 파이터 추성훈과 유튜버 겸 방송인 곽튜브, 개그우먼 이은지가 세계의 극한 직업에 도전하고 땀 흘려 번 밥값만큼 여행을 즐기는 현지 밀착 리얼 생존 여행기다.
송 PD는 “출연자 중 유일한 예능인인 이은지씨가 촬영이 끝나면 계속 찾아와서 분량이 괜찮냐고 물어봤다”며 “예능인 입장에선 뭔가 재미있고 오디오가 계속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된 노동을 하다 보니 어떻게 방향성을 잡아야 할지 고민이 많아 보였다”고 떠올렸다.
제작진들은 이 예능을 만들면서 단순히 연예인들의 여행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했다.
실제로 출연자 세 명은 중국 충칭·옌볜, 이집트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본인들의 ‘밥값’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동에 뛰어든다.
고소공포증을 견디며 초고층 건물 옥상을 청소하고, 대나무 막대기에 매단 냉장고를 어깨에 지고 배달하고, 시골의 한 양조장에서 뜨거운 열기를 버티기도 한다.
일부 ‘여행 예능’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연예인들이 방송사 돈으로 놀러 다니는 ‘뱃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요즘, 연예인들을 마음껏 고생시키는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송 PD는 “이집트에선 한 마을 자체가 쓰레기 재활용장인 곳에서 하루종일 분리수거를 하는데, 끝나고 나서 이은지 씨가 (장난으로) ‘연예인에게 이런 걸 시킬 생각을 어떻게 했냐’고 묻기도 했다”며 “오디오를 좀 채우려 하면 벌레가 자꾸 입으로 들어와서 다들 말도 못 하고 일했다”고 돌아봤다.
고된 노동으로 인해 출연자들의 반발은 없었는지 묻자 송 PD는 “추성훈 형님은 모든 일을 승부로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제작진이 ‘이게 재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 바로 ‘열심히 해보겠다’며 제작진을 믿어주셨다”고 했다.
함께 제작에 참여한 안제민 ENA PD는 “곽튜브는 초고층 빌딩 청소를 앞두고 ‘(고소공포증이 심한데) 내가 이걸 어떻게 해!’라고 외치는데, 정확히 카메라 앞에서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 멘트를 했다”며 “이 친구가 프로 방송인이란 생각이 처음 든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여행 예능은 계속 만들어질 것이라면서도, 시청자들의 ‘싫증’을 해소하려면 새로운 형식의 여행 예능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 PD는 “여행 예능의 홍수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다만 저희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따라가는 입장이니 좀 더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안 PD는 “최근 시청자들 스스로 ‘여행 전문가’가 되면서 방송에서 자주 보이던 여행보단 점점 더 새로운, 진짜, 현지 방식의 여행을 찾고 있는 것 같다”며 “사실 ‘진짜’를 보여주려면 출연자들이 많이 힘들어진다. (방송가에선) 이들과 큰 갈등 없이 현장 분위기를 유지하려다 보니 ‘호의호식’으로 가기도 하지만, 현장이 힘들어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