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성장하도록 미술생태계 구축"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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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성장하도록 미술생태계 구축" 되새겨야

■간판 아트페어 ‘키아프·프리즈 서울 2025’ 리뷰
"미술한류 전진기지" 기대…광주와는 아직 거리 먼 이야기
올 키아프에 지역출신 작가 10여명 그쳐 갤러리는 1곳 불과
‘키아프만 패스 관람객 감소 VS 향후 동반성장 가능’ 엇갈려

키아프 입구 전경
키아프 전시장 입구 모습
키아프 전시 전경
“키아프는 한국미술계의 가장 뜨거운 현장입니다. 그 현장의 열기가 국내외로 넓게 퍼져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이에 미술한류의 전진기지, 2025 키아프의 개막을 두 손 모아 축하합니다.”

이는 윤범모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코엑스 1층 A·B홀 및 그랜드볼룸에서 20개국 175갤러리가 참가한 가운데 개막된 국내 최대이자 간판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 2025’(Kiaf SEOUL 2025, 이하 키아프) 개막에 앞서 밝힌 축하멘트다.

이번 키아프는 예년과 같이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 2025’(이하 프리즈)와 함께 진행 중이다. 프리즈는 30개국120여개 갤러리가 참가한 가운데 3일부터 6일까지 키아프 전시장 바로 위인 3층 C·D홀에서 열렸다.

먼저 ‘공진’(Resonance)을 주제로 진행 중인 키아프를 5일 광주시립미술관 일행들과 함께 둘러봤다. 입장료가 8만원에 달해 사람들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미술품을 판매해야 할 주최측 입장에서는 실제 작품을 매입할 VIP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올해 키아프에 참여한 중진 작가 K씨의 말대로 “그림을 살 수 있는 사람만 와서 봐라”라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테면 작품을 매입할 수 없는 사람들보다는 키아프가 꼭 필요한 사람들만 와서 관람할 것을 음으로, 양으로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프리즈 입구 전경
프리즈 전시 전경
직헌 허달재 작 ‘모란’
키아프 전시공간은 올해 다소 헐렁한 느낌을 준다. 그 이면에는 기존 부스가 작으며 빡빡한 공간 구성이었으나 올해 부스를 조금 제한을 둬 쾌적한 환경을 구축,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지역 출신 작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키아프가 프리즈와 함께 열리면서 동반 상승했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여전히 충돌했다. 이는 실제 프리즈만 보고간다는 의견에서 입증되고도 남는다. K 작가는 “진짜 부자들은 키아프를 들르지 않고 프리즈만 보고 간다”고 들려줬다.

이는 투자가치의 변화 때문으로 읽힌다. 국내 그림보다는 해외 작품에서 더 투자가치를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입장료가 비싸기에 티켓 구하기도 쉽지 않는 등 불편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적어야 덜 복잡하니까 VIP들 관람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도 들려왔다.

K 작가는 키아프와 프리즈는 프리즈가 열린 첫해만 두 군데 모두 관람인파가 몰렸지만 그 이후에는 매년 관람 인파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K 작가는 프리즈로 인해 키아프의 인지도와 경쟁력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프리즈가 그동안 쌓아온 명성이 있기에 키아프 역시 그에 준하는 구조를 갖춰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바로 비교 경쟁이 되기에 해외 기준에 맞춰가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25 작 ’A Wanderers song’(왼쪽)와 ‘if thou must love me’(오른쪽)
하루 K 작가 작품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정성준 작 ‘아이스 커피를 원해 그럼 지구를 식혀야지~’
다행인 점은 지난 3일 김혜경 여사가 전시장에 다녀가면서 다시 관심이 부각됐다고 해 추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올해 4회를 맞은 ‘프리즈’에서는 고 박서보 화백의 대표작 ‘묘법’ 연작과 LG 올레드 TV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가 함께 전시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LG 올레드 TV는 완벽한 블랙의 압도적 깊이감과 디테일로 실물 그대로의 색감을 표현해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키아프에 출품된 겸재 정선의 작품 ‘산수도’ 등은 대작 범주에 들지 않았어도 압도적 관심작으로 떠올랐다는 반응이다.

전시장이 미술시장이지만 작품에 대한 경중을 따져볼 수 있는 것들이 부재해 전시장만 구경하고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즈는 놔 두고라도 국내 작가들의 미술시장인 키아프에 광주작가들의 참여가 극도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아쉬움을 더했다. 우선 눈에 띄는 작가들로 직헌 허달재 작가(이화익갤러리)를 비롯해 김25 작가(유미·금산갤러리),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아트파크), 하루K 작가(갤러리 팔조), 정성준 작가(전남대 교수·아틀리에 아키), 고차분 작가(갤러리 다선) 등 10여명에 그쳤다. 이는 광주상업미술지형이 얼마나 척박한가를 입증한 사례다. 다년간 광주작가들의 참여를 이끌었던 나인갤러리가 유일하게 참여했다. 하지만 나인갤러리 역시 몇년전부터 광주작가 아닌, 소속 작가인 우병출 작가의 작품으로 키아프에 참여하고 있다.

이이남 작 ‘생각하는 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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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서보 화백의 대표작 ‘묘법’ 연작과 LG 올레드 TV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 작품 관람객들
겸재 정선 작 ‘산수도’
<>K 작가는 “지역작가들이 꾸준히 성장하도록 상업 미술생태계가 갖춰져 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다. 몇몇 작가들만 각개격파식으로 키아프에 나가고 있다. 광주가 상업적으로 활동하는데 부적합한 도시가 돼 가고 있다”면서 “갤러리들이 작가들을 꾸준히 선보여야 한다. 그리고 프로모샨을 해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문화기관들이 상업 생태계가 갖춰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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