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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관 20년을 맞은 전남 함평 소재 잠월미술관 전경 |
전남 영광군 불갑면과 함평군 해보면 경계에 있는 불갑산의 자락이 깊은 골짜기를 이루는 지점인 함평군 해보면 산내리 376번지 소재 잠월미술관이 그곳으로, 당시 부부 미술교사였던 한국화가 김광옥씨와 임혜숙씨가 사비를 들여 건립한 뒤 2006년 10월 14일 문을 열었다. 문화시설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산골에 개관한 지 올해로 스무살 청년을 맞은 것이다.
‘꽃과 나비’전을 개관 기념전으로 해 매해 네다섯 차례의 전시 및 체험 학습을 진행, 문화소외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감성을 키우는 동시에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미술관 명칭인 ‘잠월’은 이 일대 마을이 오래전부터 누에를 쳐오던 곳인데다 뒷산의 형국 또한 누에가 꿈틀대는 형상이고, 터를 잡기 위해 풍수를 보던 날 밤 미술관 앞 멀리 보이는 불갑산 쪽에 휘영청 보름달이 밝았던데서 붙여졌다는 설명이다.
900여평의 대지에 80여평의 단층건물로 45평의 전시실 외에 학예실과 수장고를 갖추고 있는 등 아담한 사이즈의 미술관이지만 작가지원과 연례전, 지역연계전, 국제작가교류 등 다채로운 행사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미술관이 뿌리내리기 어려운 산골의 문화거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왔다.
또 미술관이 자리한 산내리는 65세 이상의 어르신 15여명 남짓 거주하는 작은 마을로 ‘우리마을 산내리’전을 통해 할머니들의 회화작품을 선보였으며, 산내리 청춘학당을 열어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교육을 통해 문집(시집 2권)을 출간하는 등 주민들과 꾸준하게 소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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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옥·임혜숙씨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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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옥 관장 |
산골미술관으로 꾸준한 전시와 행사, 프로그램, 체험 학습 등을 다채롭게 열어오면서 스무살을 맞아 비운의 천재 화가, 고독한 농부 화가, 현대풍속화가로 불리는 전남 진도 출생 석현 박은용 화백(1944~2008)의 전시회를 마련했다. 전시는 오는 13일부터 10월 30일까지로, 개관 20주년의 의미를 아로새길 예정이다.
‘가족 사랑 그리고 삶’이라는 주제로 열릴 이번 전시에서 만날 석현의 작품은 그가 구사했던 치열한 예술정신에 기반한 적묵법이라는 독특한 화법을 만날 수 있다.
그는 남도 문인화맥의 전통적 화풍을 뛰어넘기 위해 혼신을 다해 창의적 작업을 펼쳤다. 전남 화순 남면 두강마을에서 작업을 펼쳐온 석현의 작품세계는 말년에 굵고 거친 선과 여백을 꽉 채운 구도, 원근감을 무시한 작품 속에 삶의 터전인 화순의 자연환경과 그 속에서 사는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 가족들과의 단란했던 모습을 담은 정감 어린 세계가 두드러졌다. ‘스승같은 화가’라고 밝혔던 석주 박종석 작가는 ‘검은 고독-푸른 영혼’이라는 평전을 출간해 석현의 삶과 정신을 조명한 바 있다.
김광옥 관장은 “개관 20주년을 맞는 동안 알찬 전시와 이벤트를 통해 예술 체험과 감동을 맛볼 기회를 부여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의 문화예술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사랑방 역할을 해 오고 있다”며 “석현의 삶과 그의 작품을 되돌아보면서 당신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많은 분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전시를 선보이게 됐다. 가을빛이 아름다운 잠월미술관 정원으로 관람객 여러분을 초대한다”고 밝혔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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