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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전남도의원 |
K-컬처의 영향력은 이제 낯설지 않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고,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강렬한 성공작 중 하나로 기록됐다.
방탄소년단(BTS)은 세계 청년 세대와 교감하며 한국의 위상을 국격으로까지 끌어올렸다.
이제 한국 대중문화의 글로벌 장악력은 우연이 아닌 일상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열풍이 단순한 감상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가 실시한 한국 방문의향에 대한 글로벌 설문조사에 따르면 K-콘텐츠 시청자의 72%가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는 비시청자(37%)와 비교하면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영상과 음악 등 다채로운 형태로 생산되는 K-컬쳐 미디어가 그 자체만으로 한국에 대한 실질적 관심과 관광 수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이 개관 이래 처음으로 연간 500만 명 돌파를 앞둔다는 소식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스크린으로 경험한 세계인들이 이제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기를 원한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세계는 왜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지 궁금해졌다. 요즘 전략적 동반자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챗GPT에 케데헌의 흥행 요인을 물어보니 다양한 답을 쏟아냈다. 그 중 가장 공감했던 분석은 ‘현재의 한국 문화를 세밀하게 묘사’했다는 부분이다.
김밥, 신라면, 설렁탕 같은 먹거리 문화부터 성묘, 한옥 등 전통문화까지 정교하게 담아내며 관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영화 ‘기생충’은 단칸방과 대저택의 대비로 양극화를 드러냈고, ‘오징어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공기놀이 등 1980년대 대한민국 놀이문화가 낯선 이들에게는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다시 확인시킨 셈이다.
이 지점을 지역사회로 옮겨보면 답은 분명해진다. 필자가 나고 자란 전남 담양은 인구 4만5000명의 소도시이지만 대나무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고 메타세쿼이아 길, 가사문학, 창평 삼지천 슬로시티, 골목과 카페거리 등 풍부한 자원을 품고 있다.
죽녹원은 영화 ‘알 포인트’의 대밭 전투 장면으로, 메타세쿼이아 길은 ‘역린’의 세트장으로 활용되며 영상문화와 호흡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이 체계적으로 활용되거나 지속적으로 육성된 적은 드물다. 만약, 담양의 영상문화자원 육성에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이제는 지역 자원을 어떻게 효율·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발전시켜야 할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수도권 일극 체제와 저출생·고령화 등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가 다가온 지금, 지역 자원을 어떻게 글로컬 문화자원으로 발전시킬지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보다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K-컬처가 세계를 사로잡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담양의 길과 숲, 마을과 골목 속 자산은 이미 전세계에 통할 힘을 품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장 담양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추진 전략으로 담양에서 시작하는 글로컬 K-컬처 환경 조성에 그 힘을 다듬어 세계 무대에 자신 있게 내놓는 일이다. 담양다운 것이 세계 속에서 빛나기를, 그리고 그 과정에 지역과 지역민 모두의 지혜와 참여가 함께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