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 금남로 차 없는 거리
검색 입력폼
기고

[기고]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 금남로 차 없는 거리

이원근 광주 동구 도시공간국장

이원근 광주 동구 도시공간국장
얼마 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전국적으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기후위기의 주된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지구 온난화를 초래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3~5도 상승해 극단적 기상이변, 생태계 파괴 등과 같은 심각한 기후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친환경적인 도시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도시 정책으로는 프랑스 파리 자전거 인프라 확충, 미국 뉴욕 보행자 친화 도시 조성, 덴마크 코펜하겐 친환경 건축물 조성, 브라질 쿠리치바 교통혁신 모델 구축 등이 있다. 이들 도시정책의 공통점은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자동차 중심의 도로와 주차장을 줄여 녹지, 보도 등을 확대하고, 친환경적인 자전거 전용 도로를 조성하는 등 ‘사람중심의 도시’로의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유엔(UN)은 매년 9월 22일 ‘세계 차 없는 날’에 대해 국제적 참여와 홍보를 권장하고 있다. ‘세계 차 없는 날’은 시민들이 자동차 대신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장려해 도시 대기질 개선과 탄소 배출 감소를 알리는 날이다. 1990년대 유럽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현재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광주시 역시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자보 (대중교통·자전거·보행)도시’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며 시민의 일상과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단순한 차량 통제를 넘어 도시공간을 시민이 새롭게 정의하고 활용하는 ‘도시실험’을 통해 시민주도의 공간기획 사례를 축적하고 보행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실천 모델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광주 동구는 지난 3월부터 매월 첫째 주 토요일마다 ‘금남로 차 없는 거리’를 월 1회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통 정책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과 도시 지속가능성, 시민 건강 보호를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최근 우리나라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광주 역시 도시 열섬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차량 통행 제한’과 ‘보행자 중심 공간 조성’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개선하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주목된다. 도심 녹지 확대와 연계할 경우 도시 온도 완화와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기대돼, 이는 지속 가능한 도시 전환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 같은 과제와 맞닿아 있는 것이 바로 ‘금남로 차 없는 거리’다. 광주의 역사가 깃든 금남로를 자동차가 아닌 시민의 휴식처로 되돌려 주는 것이 목표로 기획된 사업으로, 시민들이 자유롭게 걷고 만나며 소통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되살리는 데 그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지난 3월 시작해 현재까지 7차례 열린 금남로 차 없는 거리는 행정기관 주도의 행사성 기획을 최소화하고, 시민들이 주체가 돼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기획·참여할 수 있는 열린 문화 공간이자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매회 2만여명의 시민이 방문해 플리마켓, 분필 아트, 자전거 교육,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으며,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 거리 공연을 즐기는 시민들, 여유롭게 산책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금남로가 시민들의 삶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동구에서는 차 없는 거리 운영에 발맞추어 전 공직자들 역시 ‘차 없는 출·퇴근날’을 지정해 매월 첫째 주 금요일을 자동차 없이 출퇴근하며 대자보 도시로 거듭나는 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대자보 도시’ 실천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이다. 한 달에 한 번, ‘차 없는 거리’가 열리는 날만이라도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으로 금남로를 찾아 가족·친구와 함께 탄소중립 실천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경험은 미래 세대에게 새로운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동시에 지구환경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금남로 차 없는 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있는 출발로 사람중심의 광주를 구상하는 대자보 도시 실현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