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과 탄생의 의례적 순환 구조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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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소멸과 탄생의 의례적 순환 구조 시각화

10년 만에 개인전 여는 김주연 작가 개인전
23일까지 예술공간 집…드로잉·설치·사진 등

‘T셔츠’
김주연 작 ‘메타모르포시스’(Metamorphosis)
유학하느라 독일에서 16년과 서울 생활 8년을 보내고 난뒤 고향으로 돌아왔던 2009년 그 이후 16년이 지났다. 그 16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개인전은 기회가 그리 쉽게 가닿지 못했다. 2015년 무등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지 10년만에 다시 개인전 자리가 마련됐다. 주인공은 개인의 상처, 사회적 기억, 죽음과 생명, 소멸과 탄생의 의례적 순환 구조를 시각화 해나가는 설치미술가 김주연씨. 김 작가는 지난 14일 개막, 오는 23일까지 예술공간 집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출품작은 드로잉 12점, 설치작업 3점, 사진 5점 등 총 20여점.

김 작가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순환 원리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자연과 인간의 삶에 공감하며, 그 형태를 식물을 통해 시각화하는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가장 상징적 작품인 ‘메타모르포시스’(Metamorphosis)작품과 ‘T셔츠’, ‘파편들’(Fragments), ‘어머니께 헌사’(A tribute of respect to a mother), ‘낯선풍경’(Uncanny Landscape) 등 그간의 작품을 총망라해 볼 수 있다.

삶과 죽음, 소멸과 탄생의 순환을 보여주는 연작 시리즈인 ‘메타모르포시스’(Metamorphosis)는 작가의 가장 상징적 작품으로, 신문과 이끼를 층층이 쌓아 올려 기록의 무게가 생명의 토양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며 잊히는 신문 위로 새싹이 자라나는 모습은 과거의 잔해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작업의 주 모티브인 ‘이숙’(異熟) 즉, 존재의 다른 성장, 다른 방식의 성숙을 식물의 발아, 성장 소멸의 과정을 메타포로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토양이 되는 신문은 정치, 역사, 사회, 예술, 문화, 일기예보 등 이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매체이다. 그 위에 이끼를 심어 성장과 변화, 생명성의 조형을 보여준다.

이어 ‘T셔츠’는 광주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으로, 산업용 비닐포대를 바느질하여 만든 거대한 옷이다. 버려진 비닐포대는 옷으로 변모하여 이 시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 준다. ‘파편들’ 작품은 전시장을 들어서자 바로 보이는 작품으로 서로 다른 여러 모양의 거울 위에 텍스트가 새겨져 있다. 시대상황, 자연재해, 환경문제, 삶과 죽음, 삶의 단상들을 내포한 텍스트 위로 ‘메타모르포시스’ 작품과 관객의 모습이 중첩돼 작품과 작품이 서로 반영하는 색다른 장면을 볼 수 있다.

작가의 어머니가 사용하던 악보 위에 식물과 자연 생태의 변화과정을 콜라쥬와 드로잉으로 표현한 ‘어머니께 헌사’ 작품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광주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낯선풍경 Uncanny Landscape’는 서로 상이한 오브제들을 결합하여 낯선 풍경을 자아내는 사진 작업이다. 이처럼 김주연 작가를 상징하는 메타모르포시스 작품 뿐 아니라 그간 꾸준히 제작해오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작품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생태’로 개인의 서사를 넘어 이 시대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작품으로 다시 한 번 각인시켜준다.

김 작가는 “생태미술은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생태계를 보존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는 예술형태를 말한다. 생태계의 파괴, 기후변화, 자원고갈 등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과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작품들이 우리 시대가 직면한 다양한 생태 환경의 문제를 예술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주연 작가는 전남대 예술대학을 졸업, 베를린 국립예술대학교 순수조형예술대학 마이스터슐러린을 취득했다. 대구의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서울의 트렁크 갤러리, 일본 도쿄, 담양, 제주 등 국내외에서의 20여 차례 개인전을 진행했으며, 현재 광주시립미술관 ‘장미, 토끼, 소금 살아있는 제의’ 전시를 비롯,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 출품 등 국내외 활발한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작품은 대구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청주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이중섭미술관, 비아아트센터 등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의 2025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전문예술인) 지원으로 마련됐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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