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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G-Kunst연구소장 |
오늘날 문화예술계는 기술과 환경 그리고 세계화라는 커다란 물결 위에 서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는 단지 표현의 방식에 그치지 않고 삶의 방식, 소통의 방법, 나아가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까지 닿아 있다.
예술은 더 이상 고정된 전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공간을 유영하며 전통과 미래를 잇는 다리로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기술이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닌 창작의 동반자로 자리 잡았다.
음악을 작곡하고 영화를 편집하며 패션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AI는 인간의 상상력을 보완하고 때로는 그 경계를 확장하는 존재로 기능하고 있다.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콘텐츠를 큐레이션하고 실시간 번역으로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기술은 예술의 소비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이로써 예술은 더욱 정교해지고 더욱 가까워지며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가 모든 해답이 될 수는 없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는 예술가들로 하여금 ‘지속 가능한 창작’이라는 숙제를 던져줬다.
이제 예술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책임을 묻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설치 미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공연 연출, 재활용 자재를 활용한 공공 예술은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되고 실천이 된다. 예술은 지구를 위한 언어가 되었고 문화는 지속 가능성을 담는 그릇이 됐다.
한편,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이제 국경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K-pop의 열풍은 여전하며, K-드라마와 영화 및 음식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한식과 한복, 한국어 학습에 이르기까지 K-컬처는 단지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 흐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배경에는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있다.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세계의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국경 없는 예술 교류가 가능해진 것이다.
긴 추석 연휴 동안 많은 영화를 관람했다. 특히, 데몬헌터스에서 K-컬쳐의 위상을 새삼 느꼈다. 데몬헌터스의 OST는 빌보드 챠트의 상위를 지키고 있다. 누가 과연 이런 K-문화의 반향을 예상했겠는가?
디지털 기술은 또한 예술의 소유 개념마저 바꾸고 있다.
NFT(대체불가자산)의 등장은 예술 작품의 가치와 유통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물리적 공간이 아닌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되는 예술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고, 젊은 예술가들에게 보다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예술은 ‘소유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으로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실시간 콘텐츠’로 이중의 가치를 갖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숏폼 콘텐츠의 부상은 주목할 만하다.
빠르게 소비되고 즉각적인 반응을 얻는 짧은 콘텐츠는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실험의 장이 되고 있다. 전통적 예술 형식을 해체하고 새로운 감각의 조합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숏폼은 예술의 대중성과 실험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변화는 예술이 기술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불러 일으킨다.
기술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것인가, 아니면 확장할 것인가. 이는 예술계의 새로운 화두이다.
예술가들은 인간성과 기술의 경계를 탐색하며 그 조화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출하고 있다.
차가운 알고리즘 속에서도 따뜻한 감성을 길어 올리는 시도와 정교한 데이터 구조 속에서도 인간의 흔적을 남기려는 노력은 예술이 여전히 인간의 고유한 표현 영역임을 말해준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지역의 활동 예술가들은 지역성과 미래 지향성을 아우르는 문화도시로서 눈부신 활동을 하고 있다.
광주는 오랜 민주화 운동의 역사와 예술적 전통을 바탕으로 디지털 예술과 지역 특화 콘텐츠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전통문화와 현대기술이 만나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탄생시키고 있으며 이는 광주만의 독자적인 문화 정체성을 강화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광주에서 시도되는 AI와 협업한 전시, 메타버스를 활용한 글로벌 프로젝트,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설치작품, 리사이클을 주제로 세계적인 에딘버러 축제 참가 등은 광주가 세계와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문화예술은 끊임없는 변화와 적응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성찰을 멈추지 않는다.
기술은 수단이며 예술은 여전히 사람의 이야기이다.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도전은 이 시대의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과거와 미래, 지역과 세계,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풍경이 담겨 있다.
예술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며, 미래를 향한 등불이다.
예술가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 지속적이며 적극지원 정책, 지역성에 기반한 실개천 문화의 전승 발전으로 광주는 그 등불을 더욱 밝게 비추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