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박민국 광주청년센터 교류협력팀장 |
당시 여론은 외국의 명절을 우리나라 청년들이 즐기려고 하는 것에 대해 문화사대주의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고, 그 많은 인파를 관리하지 못한 경찰의 문제, 그리고 경찰이 제한된 경력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재난에서 국가와 정부의 대응은 또다시 무능했기에 목숨을 잃은 국민들이 발생했고, 정치인들은 그 사건을 이용해 서로의 탓을 돌리며 비난하기 바쁜 세월호 참사와 비슷한 광경이 그려졌다. 그런 경험을 하며 자란 청년들에게 국가 정부와 정치인들은 청년이 ‘미래세대’라며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도전정신을 발휘하기를 요구한다. 정말이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제대로 갖춰진 사회적 안전망 없는 위험천만한 세상을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아 지칠 대로 지친 청년에게 꿈, 희망, 도전이란 그저 구호와 같이 느껴지지 않을까?
‘매슬로우’라는 심리학자가 주창한 ‘욕구 위계 이론’에 따르면 1단계(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2단계(안전 욕구) 충족을 위한 동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2단계(안전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3단계(사회적 욕구) 충족을 위한 동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지금 당장 굶주려 죽을 것 같은 사람은 상한 음식인지 신선한 음식인지 안전의 여부보다는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총 5단계로 구성된 욕구 위계 이론에서 최종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 혹은 그 이후의 욕구를 충족시킬 동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1~4단계 욕구가 충족돼야 하는데 현재 청년들은 식비와 주거비 등의 생활비를 해결하는 것마저도 버거워하고 있다. 1단계 욕구마저 충족되지 않은 청년에게는 꿈과 희망을 말하기에는 너무 허황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최근 캄보디아에 취업 사기로 구금된 청년들의 이야기가 매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데, 이 역시 당장 취업이 되지 않아 고달픈 청년들에게는 안전의 욕구보다는 취업을 통한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이었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업하지 않은 ‘그냥 쉬었음’ 청년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이들이 추구해야 하는 욕구 단계를 낮추게 만들고, 취업 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아 세운 것은 아닐지 깊이 반성해보아야 한다. 취업이 되지 않아 ‘그냥 쉬었음’을 강제당한 청년은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아주 가깝게는 부모님의 한숨 소리부터 친구들의 오지랖 그리고 경제적인 생활고와 학자금대출 연체, 사회적 시선이 따가워 외출도 꺼리게 되면 은둔고립 상황에 놓이게도 된다.
결국 위험한 일자리로 떠밀릴 수밖에 없는데 고용된 청년이 사업주에게 근로 환경의 안전에 대한 요구할 수 없는 노동구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일자리가 안전해지기는 어렵다. 취업이 위험한데 어떻게 취업해서 미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연금개혁,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로,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는 시점에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58세대(50년대생으로 80년대 학번의 세대)는 지금 청년이 본인들의 청년기보다 훨씬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위에서 나열한 사회적 재난, 취업 사기, 위험한 일자리는 전쟁과 맞먹는 충격과 트라우마를 안긴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성세대가 전쟁 후 폐허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루는데 기여한 희생에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과 당시의 청년을 비교하는 것은 지금의 사회를 부정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지금도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하지 못하는 형편의 청년은 못 보신 것이 아닐까? 3000~4000원대의 편의점 도시락마저도 부담돼 그보다 저렴하면서 양이 많은 가공식품을 찾고, 안전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일터에서 다치거나 죽는 경우까지 있다. 그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원인을 규명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하지만, 또다시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아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서’, ‘안전 불감증 때문에’라는 도돌이표 안에서 청년들은 또 꿈과 희망에서 한걸음 멀어져 간다. 청년에게 꿈과 희망에 도전하는 용기를 주고 싶다면, 안전한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을 다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회가 안전하지 않아서 안타깝게 희생된 청년이 주는 안전의 의미가 사회에 진심으로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2025.10.29 (수) 03: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