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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혜란 전남여성가족재단 원장 |
행정은 백성의 삶을 살피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행정은 땅의 경계를 나누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하루를 어떻게 바꾸는가의 문제다.
최근 전남·광주 대통합을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되며, 대통합 대부흥을 향한 역사적 여정이 시작됐다. 이번 논의는 행정구조 개편을 넘어 지역과 국가의 미래 생존 전략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이 인구와 자본을 빨아들이는 일극체제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 불균형은 지역 소멸을 넘어 국가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전남 다수 시·군이 지방소멸 위험에 놓여 있고, 광주 역시 청년 인구 유출이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정부가 제시한 ‘5극 3특’ 국정 방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균형과 생존을 위한 구조적 전환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지역이 주도권을 갖고 독자적인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에 가깝다.
이제 지역의 경쟁력은 개별 도시나 산업단지 단위가 아니라 권역 단위의 규모와 연결성에서 결정된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초광역 경제권과 메가시티 전략을 통해 인구와 산업, 생활 인프라를 재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합은 단순한 행정 효율화가 아니라, 인재가 모이고 기업이 투자하며 사람들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는 일이다.
특히 산업 기반과 생활 기반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 때 지역은 외부로 인구를 내보내는 공간이 아니라 선택받는 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다.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지역 단위 대응을 넘어 국가 균형 발전 전략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
또한 통합은 지역 내부의 자원과 기회를 하나의 생활권 안에서 순환시키는 기반이 된다. 산업과 일자리, 교육과 돌봄, 문화와 정주 환경이 분절되지 않고 연결될 때 지역은 외부 의존도가 낮아지고 자체 회복력을 갖게 된다. 이는 단기 성과를 넘어 장기적으로 지역과 국가 모두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이다
통합의 성패는 산업 규모나 행정 효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통합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일하고, 아이를 맡기고, 병원을 이용하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지를 바꾸는 ‘삶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일이다.
사람을 이동시키는 것은 기회지만 사람을 머물게 하는 것은 삶의 조건이다. 특히 청년 여성이 지역을 떠나는 현상은 지역의 미래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선행 지표다.
여성의 정착 여부는 출산율과 공동체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인구위기의 이면에 돌봄위기가 자리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여성에게 살기 좋은 지역은 모두에게 살기 좋은 지역이다.
전남과 광주는 인접 생활권임에도 행정 경계로 인해 의료·교육·복지·교통 등에서 비효율이 반복돼왔다.
도시 인프라가 집중된 광주와 넓은 생활·돌봄 수요를 가진 전남이 결합하면,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삶의 조건 속에서 정책을 더 정교하게 설계해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 통합은 획일적 정책 확대가 아니라, 삶의 차이를 반영한 정책 최적화 모델을 구축하는 계기가 된다.
통합은 거대 담론 속 구호에 머물 일이 아니다.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고, 돌봄과 의료 접근성이 높아지고,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의 질이 보장되는 것, 그것이 통합이 만들어야 할 변화다. 전남과 광주는 이미 하나의 생활권이다. 이제는 경쟁과 분산을 넘어 강점을 결합하는 초광역 경제·생활 공동체로 전환해야 한다.
행정통합은 행정구역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시 지역을 선택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 선택이 모여 ‘21세기형 새로운 택리지’를 만들어 갈 것이다.
2026.02.11 (수) 21: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