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주년 소방의 날]광주·전남 소방관, 욕설·폭행에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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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제63주년 소방의 날]광주·전남 소방관, 욕설·폭행에 멍든다

5년간 소방활동 방해 사건 48건…실제 피해는 수백 건
징역형 2건 뿐 ‘솜방망이 처벌’…다수 벌금·집행유예 등

광주·전남 소방관들이 소방 활동 중 폭언·폭행, 허위신고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광주·전남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발생한 소방 활동 방해 사건은 총 48건으로 집계됐다.

소방기본법 제16조 2항에 따라 소방대의 활동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해당 기간 소방관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가해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했다. 반면 29명은 벌금형의 가벼운 처분을 받았고, 집행유예나 기소유예 사례도 13건에 달했다. 나머지는 무혐의·공소권 없음·내사 종결 등으로 분류됐다.

지역별로는 광주에서 28건의 소방활동 방해 사건이 발생했으며, 벌금형 18건(총 7300만원), 집행유예 6건, 기소유예 1건이 확인됐다. 전남은 20건 가운데 벌금형 11건(총 4100만원), 집행유예 6건, 징역 2건이었다.

주요 사례를 보면 지난 7월 광주 서구 금호동에서 의식을 잃은 주취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던 구급차 안에서 동승자가 “빨리 가지 않는다”며 대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지난해 10월에는 광주 북구 첨단지구 한 거리에서 구급 환자를 이송하던 119대원의 얼굴을 때린 5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만취한 상태로 귀가하던 그는 구급대원을 목격하고 시비를 걸다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명확히 드러난 신체적·언어적 폭력만 집계될 뿐 실제 현장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송 중 몸부림이나 욕설을 ‘무의식적 행위였다’고 해명해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소방관들이 ‘괜히 문제를 키우지 않겠다’며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런 보이지 않는 사건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 건수는 수백 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폭언·폭행 피해를 당한 소방관들의 심리적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한 현직 소방관은 “근무중 욕설과 폭력을 당하면 ‘이 일을 왜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든다”며 “사건 이후에도 불안감이 남아 근무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소방관의 출동을 방해하는 허위신고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광주 한 백화점과 중·고등학교 5곳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허위신고가 접수돼 소방 인력과 장비 등이 낭비됐다. 3월에는 50대 가장이 ‘자신들의 아이들이 납치됐다고 허위로 신고했다가 적발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법적제재의 실효성이 부족하고 시민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웅일 호남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소방관 폭행이나 허위신고는 업무의 지연이나 불편을 초래하는 수준을 넘어 현장대응력 저하와 정신적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중대한 범죄행위다”며 “특히 폭발물 설치 신고는 국민의 생명과 연관된 고위험 사안이기에 소방과 경찰 등은 공권력을 총 동원해 모든 가능성을 전제로 대응할 수 밖에 없어 수 많은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제도적 보완과 처벌의 실효성을 강화해 강력한 제재를 하고 시민 스스로도 공공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엄재용 인턴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엄재용 인턴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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