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초대석] 박병규 광주 광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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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초대석] 박병규 광주 광산청장

경제·주거·생활 전 분야 혁신…‘정책 수도’ 자리매김
시민 참여·풀뿌리 사회적 대화…지역 산업·고용 안정화
광산 모델 국정과제로 확산…전국 지자체 벤치마킹 확대
소통·행정 투명성 강조…신뢰 확보·지방자치 표준 제시

박병규 광산구청장이 지난 11월 11일 광주여자대학교에서 ‘광산, 지속가능 일자리 토크 콘서트’를 열고 대학생들과 일자리를 주제로 소통했다.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은 지속가능한 일자리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노·사·민·정이 참여하는 전국 최초의 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 글로벌 모터스의 ‘광주형 일자리’를 현실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맡으며 지역 일자리 정책의 새로운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현재 광산구만의 ‘지속가능 일자리 특구’ 조성에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양극화와 저출산, 지역 불평등 등 구조적 문제의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좋은 일자리’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기업 유치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전반에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확산시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질문하며 해법을 찾아가는 ‘사회적 대화’를 새로운 행정 방식으로 제시하고, 이를 일자리 특구 정책에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전국 최초의 주거 기반 돌봄 모델 ‘살던집 프로젝트’, 동(洞) 단위 상향식 자치모델 ‘동 미래발전계획’, 시민 질문에서 출발한 ‘지속가능 일자리특구’ 등 여러 혁신 정책이 중앙부처와 국정과제로 확산되고 있다.

박 청장을 만나 지난 성과와 남은 과제, 그리고 지역에서 시작된 실험들이 국가 정책으로 확장되는 흐름에 대해 자세히 들어본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이 지난 4월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지속가능 일자리 녹서’를 당시 김민석 국회의원(현 국무총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민선 8기가 어느덧 4년 차를 맞았다. 소회는?

△행정의 존재 이유는 시민이고, 진정한 자치는 시민이 행정을 움직이는 데서 시작한다.지난 4년은 구정 전반에 시민이 주인이라는 핵심 철학을 녹여내며, 시민을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의 설계자이자 주체로 세우는 시간이었다.

131개 전체 위원회 실시간 공개, 지속가능 일자리, 동 미래발전계획, 살던집 프로젝트 등 대한민국을 선도한 수많은 혁신 정책은 행정의 효율보다 공동체의 지속성을 주시하는 ‘자치의 시대’로의 전환에 앞장선 결과로 각종 공모·평가에서 513건에 달하는 수상·선정돼 약 961억원의 상·사업비를 확보한 원동력이 됐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광산구 정책과 방향성, 철학이 흡사한 정책들이 추진되면서 민선 8기 광산구정에 대해 시민이 느끼는 효능감이 훨씬 높아졌다.



-민선 8기 경청 건수가 1만 건을 넘었다. 시민 만족도는?

△취임 첫날 1호 결재로 ‘찾아가는 경청 구청장실’을 시작한 이후 받은 민원이 지난 9월 1만건을 돌파했고, 10월 말 기준 1만850건에 달한다.

구정이 잘 되려면 무엇보다 시민 신뢰가 중요하다는 믿음으로 ‘시민 이야기를 듣는 것을 민선 8기 광산구의 가장 기본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쭉 실천해 온 결과다.

중요한 것은 1만건이 넘는 경청이 가져온 변화다.

2023년 첫 시민 만족도 조사에서 93%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는데, 이듬해에는 94%로 올랐다. 올해 만족도 조사에서도 또다시 상승, 96%라는 ‘만점’에 가까운 수치가 나왔다. 이것은 그저 듣는 것만으로 얻은 결과가 결코 아니다. 광산구는 시민이 주신 건의, 민원에 대해선 반드시 접수부터 처리 과정, 결과까지 알려드리는 행정 체계를 확립해 온데 따른 것이다.

또 신뢰를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을 위해 광산구의 131개 위원회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등 일하는 방식을 시민 중심으로 혁신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

단순히 ‘민원을 처리하는 행정’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이해하는 행정, 시민의 마음을 닮아가는 행정으로 나아간 노력이 쌓이면서 많은 시민이 민선 8기 들어 달라진 광산구 행정을 체감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광산구 지속가능 일자리가 정부 국정과제에 반영됐는데?

△양극화, 불평등, 지역 소멸, 저출생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풀어내는 핵심이 일자리다. 그래서 추진한 것이 지속가능일자리특구 조성 정책이다.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시민과 함께 추진해 온 풀뿌리 사회적 대화를 확산하겠다는 광산구 모델이 이재명 정부 국정 실천 과제에 포함됐다.

이 정책은 좋은 일자리를 통해 사회를 혁신하고 발전시켜 보자는 오랜 철학과 정책적 의지에서 시작됐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불평등이며, 그것의 중심에 일자리와 소득의 양극화가 있다.

일자리는 단순히 한 개인과 가족의 생계뿐 아니라 마을에서 국가까지 생존·혁신·분배라는 3가지 영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동체의 운명이 달려 있다. 따라서 일자리를 개혁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고, 당면한 여러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광산구 정책 추진 과정은 중앙정부, 기업이 주도하는 기존 일자리와는 시작부터 달랐다. 기업 유치, 투자에 매달리는 것에서 벗어나 시민의 질문에서 좋은 일자리 해법을 찾아 나섰다. 지난해 시민이 던진 1436개 질문을 모아 올해 3월 최초로 ‘지속가능 일자리 녹서’를 만들었다.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에게 정책 방향을 묻고, 녹서를 만드는 ‘모두의 질문 Q’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 일을 광산구가 이미 해온 것이다.

국민 주권을 강조한 정부도 지역, 시민이 중심이 되는 일자리 혁신 모델로 광산구를 주목하고 있다. 풀뿌리 사회적 대화가 고용노동부의 실천과제에 반영되고, 사회임금, 지역주도 양질의 일자리 등 정책이 국정과제에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1월 한 대형마트에서 찾아가는 경청 구청장실을 연 박병규 광산구청장이 시민 얘기를 경청하고 있다.
-지속가능일자리특구 정책 추진 상황, 향후 계획은?

△3년여 시간을 들여 추진해 온 광산구 지속가능 일자리 정책이 마침내 실행 단계로 접어들었다.

‘지속가능 일자리 녹서’ 발간 이후 광산구는 시민과 노동자, 기업 전문가가 함께 답을 찾는 2단계 사회적 대화를 진행해 지난 10월 일자리 질문에 대한 해법을 담은 정책서 ‘지속가능 일자리 백서’ 제작을 완료했다.

백서에는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제안된 △모두를 위한 일자리 △땀에 공정한 일자리 △안전한 일자리 △따뜻한 일자리 △지구를 살리는 일자리 △마을에서 만드는 일자리 등 6대 의제와 ‘청년이 머물고 싶은 일자리’, ‘돌봄일자리’, ‘에너지 전환 일자리’. ‘마을 일자리’ 등 23개 영역별 지속가능 일자리 모델(안)이 담겼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시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실행계획서인 ‘청서’ 제작에 착수한 상태다.

사회적 대화 핵심 키워드는 ‘일자리’였지만, 그동안 시민이 묻고, 답한 것은 ‘어떤 사회를 함께 만들 것인가’였다.

녹서, 백서를 거쳐 청서 3단계 과정으로 본격 실행할 지속가능 일자리의 중심에는 ‘사회임금’이라는 새로운 철학이 자리 잡아야 한다.

‘사회임금’은 단순한 지원금의 개념이 아니라 시장이 미처 품지 못한 위험과 불안의 간극을 공동체가 함께 메워주는 사회적 장치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서도 주거, 복지, 건강, 교통, 돌봄, 육아 등에 대한 ‘사회임금’ 확대·지원을 포함시켰다.

정부가 내년 사업계획과 예산에 반영한다면 광산구의 지속가능 일자리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속가능 일자리 모델을 반드시 성공시켜, 광산구에서 시작된 일자리 개혁의 물결이 대한민국 곳곳으로 퍼져나가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



-동 미래발전계획이라는 새로운 정책으로 광산구가 상향식 자치분권의 선도적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데?

△기초자치단체, 자치구에 머물러있는 자치분권을 동, 마을 단위로 확장해 시민이 지역의 발전·변화의 주체가 되는 상향식 생활 자치 구현 정책이 동 미래발전계획이다.

2024년 제1호 결재로 시작해 광산구 21개 동마다 주민참여단을 구성하고, 마을 자원 조사, 토론·교육·학습 등을 거쳐 주민이 직접 설계한 각 마을의 미래 청사진이 만들어졌다.

올해는 동 미래발전계획에 담은 마을별 과제 사업을 본격 실행하며, 주민이 동, 마을을 ‘마을 정부’로 경영하는 새로운 참여형 생활 자치 모델의 첫발을 내디뎠다.

광산구가 예산으로 사업 실행을 돕기도 하고, 주민 스스로 펀딩을 해서 재원을 마련해 사업을 추진하는 동들도 많았다.

광산구는 동 미래발전계획의 가치, 우수성을 인정받아 올해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다음 30년을 이끄는 생활 기반 자치의 새로운 기준으로 동 미래발전계획의 완성도를 높이겠다.



-‘살던집 프로젝트’, ‘광산 청년온가’ 등 최근 주거 기반 정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살던집 프로젝트’는 주로 어르신, ‘광산 청년온가’는 청년으로, 정책 대상은 다르지만 모두 전국 최초로 광산구가 시작한 주거 기반 정책이다.

무엇보다 단순히 ‘살 곳’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살만한 삶’을 되찾아 주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공통된 부분이 있다.

이중 올해 7월 시작한 ‘살던집 프로젝트’는 병원, 요양시설이 아니라 살 던 집, 살던 지역에서 존엄한 삶을 누리도록 돕는 정책이다.

광주도시공사와의 협업으로 기존 공공임대주택 공간을 활용해 주거와 의료, 돌봄을 통합해서 지원하는 전국 최초의 주거 기반 돌봄 모델이다.

시작 전부터 중앙정부, 광주시 등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시행 이후 경기도 화성시, 경북 포항시, 서울 강서구의회 등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지금 사는 곳에서 누리는 통합돌봄’이 반영되면서, ‘살던집 프로젝트’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는 ‘퇴원환자 지역사회 돌봄’ 정책 대안으로 광산구 ‘살던집 프로젝트’를 집중 연구하며, 전국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광산 청년온가’는 안정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어 입주 청년들이 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고, 실제 5명이 취업에 성공한 뜻깊은 성과도 있었다.



광산구가 올해 동 미래발전계획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25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3년 연속 최우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박병규 광산구청장과 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박병규 광산구청장이 지난 9월 20일 제3회 광산뮤직온(ON)페스티벌 현장을 찾아 축제를 즐기고 있는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잇단 지역경제 위기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모범 대응 사례로 호평을 받았는데.

△광산구가 적극적인 노력과 끈질긴 설득으로 이뤄낸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효과가 점차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은 광산구 맞춤형 제도나 다름없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장기화된 대유위니아 경영악화 등 지역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고용위기지역 지정’제도가 있지만 이는 사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고용 침체, 불안이 예상되더라도 당장 현실로 나타난 피해가 없으면 지원해 주지 않는 맹점이 있었다.

그래서 광산구는 국회, 정부를 상대로 고용 위기가 현실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부가 나서 지원할 필요성을 호소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왔다.

여기에 정부가 응답해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제도를 신설하고, 첫 대상지로 광산구를 지정한 것이다.

8월부터 다양한 정부 지원이 본격화됐는데 특히, 취업을 희망하는 시민이 직업훈련을 받을 때 발급받는 내일배움카드 지원이 강화돼 광산구 구직자, 재직자분들의 직업훈련 부담이 크게 줄었다.

이밖에 고용유지지원금,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 다양한 지원을 광산구 기업, 노동자들이 빠짐없이 누리도록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설명회를 여는 등 광산구는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이 광주경제 회복의 출발이 되도록 다각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남은 구정 목표는?

△공직자들의 헌신과 적극적인 참여로 함께 해주신 시민 덕분에 광산구의 정책이 전국을 움직이고, 광산의 길이 대한민국의 길이 되고 있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광산을 지속가능하게 할 기반을 더욱 단단히 하는 것이 주어진 과제다. 정부 국정과제로 반영된 지속가능 일자리, 지방자치의 새로운 표준, 동 미래발전계획 등 대한민국을 선도한 민선 8기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풍성한 성과를 내도록 경청의 귀를 더 크게 열고, 시민과 함께 더 열심히 뛰겠다.
임정호 기자 ljh4415@gwangnam.co.kr         임정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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