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편중 게임 산업에 지역 모델 제시하다
검색 입력폼
경제특집

수도권 편중 게임 산업에 지역 모델 제시하다

광주글로벌게임센터, 작년 21개 기업 매출 89억 달성
‘인디스타즈’로 지역 개발자 육성…10년간 450명 배출
장비·입주공간 등 무료 제공…‘인디 창업 Lab’도 신설
아름게임즈·스튜디오브리즈 등 본사 이전 기업도 증가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GICON)은 최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광주 에이스 페어(ACE Fair)’에서 지역 대표 콘텐츠 기업과 함께하는 통합공동관을 운영했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GICON)은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5 태국게임쇼(Thailand Game Show 2025)’에 참가해 광주글로벌게임센터 공동관을 운영했다.
광주글로벌게임센터가 지역 게임산업 생태계 조성과 중소기업 육성, 지역 인재 발굴에 앞장서며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국내 게임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6년 개소 이후 수도권에 편중된 산업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으로 개발 역량을 분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광주글로벌게임센터는 최근 몇 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 지표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에만 센터의 지원을 받은 21개 기업이 총 8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역 일자리도 146명 증가했다. 게임산업의 특성상 소수의 대형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 속에서 지역 중소기업이 이 정도의 성과를 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개발 환경과 네트워크가 수도권에 편중된 여건을 감안하면, 지역 기반의 기업 성장과 고용 확대는 분명한 구조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센터는 단순한 제작지원이나 공간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초기 개발 단계에서부터 사업화,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지원 체계를 통해 실제적인 성장을 돕는 것이 핵심이다. 예비 개발자가 팀을 꾸려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자금과 공간을 제공하고, 기업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멘토링과 컨설팅을 제공하며, 더 넓은 해외 시장과 연결하기 위해 국제행사와 마케팅 지원도 병행한다. 그 결과 광주 지역에서 개발된 게임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센터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 ‘인디스타즈’는 광주지역 게임 생태계 성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인디스타즈는 지난 10년 동안 98개팀, 450여명의 개발자를 배출했다. 해마다 30여팀 이상이 지원하는데, 학생부터 직장인, 예비 창업자까지 연령과 배경도 다양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개발자들은 6개월 동안 자금 지원은 물론 현직 개발자의 1대 1 멘토링을 받는다. 제공되는 입주 공간은 안정적인 개발 환경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기업 입주공간과 연계한 네트워크는 개발자에게 실질적인 성장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지역 생태계를 다시 확장시키는 ‘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인디스타즈 출신들이 게임기업에 취업한 뒤 다시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해 후배 개발자들을 이끄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역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그 인재가 다시 지역 생태계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히고 있는 셈이다. 개발자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해졌고, 지역에서 게임을 배우고 만들고 발표할 수 있는 기반 역시 점차 탄탄해지고 있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GICON)은 최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에서 광주글로벌게임센터 공동관을 운영했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GICON)은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5 태국게임쇼(Thailand Game Show 2025)’에 참가해 광주글로벌게임센터 공동관을 운영했다.
센터는 개발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장비 대여와 작업 공간 제공도 확대하고 있다. 대여장비는 원칙적으로 15일간 사용이 가능하지만 필요 시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는 소규모 팀이나 예비 개발자에게 큰 혜택이다. 장비 구매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실험적 프로젝트나 첫 번째 게임 제작 시 위험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센터가 제공하는 입주 공간은 전일빌딩 6층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공고를 통해 상시 입주 신청을 받고 있다. 올해는 특히 인디스타즈 졸업자와 GCC사관학교 교육생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하는 ‘인디 특화 창업 Lab’을 새롭게 조성했다. 인디 개발자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창업과 개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졸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입주 기간은 최초 1년이며, 매년 심사를 거쳐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수 있어 장기적 성장 기반 마련에도 도움이 된다.

이 같은 기반이 마련되면서 광주로 본사를 이전하는 게임기업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지역에서 개발자와 기업을 묶어내는 생태계가 자리 잡기 전에는 외부 기업이 광주로 이전하는 사례는 거의 드물었다. 그러나 센터의 성장성과 향후 산업 규모 확장 가능성을 보고 광주로 둥지를 옮기는 기업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아름게임즈와 ㈜스튜디오브리즈가 본사를 이전했다. 아름게임즈는 경영 시뮬레이션 전문 개발사로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며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스튜디오브리즈는 자사 대표 IP ‘다크에덴’을 활용한 방치형 RPG ‘다크슬레이어SD’를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이다.

센터는 지역 기반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국내외 전시회, 콘퍼런스, 글로벌 쇼케이스 등을 통해 광주 기업을 국제 시장에 연결하는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ACE Fair, 지스타, 태국게임쇼 등 국내·해외 주요 행사에 공동관 형태로 참여해 기업들의 판로 확대를 지원했다. 지난해 태국게임쇼에는 처음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 공동관에 참여했지만, 올해는 단독 공동관을 구성해 광주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이끌었다. 그 결과 전시회를 통해 총 35만달러, 우리 돈 약 5억원이 넘는 계약 성과가 나왔다. 사전 미팅, 바이어 매칭, 현지화 지원 등 다층적인 지원이 이뤄진 덕분이다.

개발사의 상용화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통합형게임콘텐츠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초기 창업팀부터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까지 총 10개사를 선정해 최소 4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에 이르는 지원을 제공했다. 단순 개발비뿐 아니라 QA 테스트,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화 작업, 마케팅 활동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면서 개발사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또한 광주의 게임 개발자 행사인 ‘글로벌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GDC)’는 지역 게임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GGDC는 올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40명의 국내외 연사가 참여하고 10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으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작지만 알찬 개발자 컨퍼런스로 시작했지만, 규모와 수준 모두 매년 높아지고 있다. 게임 엔진 기술, AI 기반 게임 개발, 글로벌 출시 전략 등 최신 트렌드를 지역에 직접 전달하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원에서 열린 ‘2025 글로벌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GDC)’에서 키노트 연사 강연 모습.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GICON)은 최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원에서 ‘2025 글로벌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GDC)’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센터는 앞으로도 지역 개발자와 스타트업의 발굴과 육성을 지속하면서,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는 통로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게임 개발, 실감형 콘텐츠, 뉴미디어 플랫폼과의 산업 융합 등 기술 중심 프로젝트에도 힘을 싣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대학·연구기관과의 협력도 확대해 보다 전문적인 인재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광주형 게임 생태계의 완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광주글로벌게임센터 관계자는 “광주에서 시작한 개발자와 기업이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성장 기반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며 “지역 인재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가 곧 도시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이승홍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