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노점에 막힌 통학로…어린이 안전 ‘적신호’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불법 노점에 막힌 통학로…어린이 안전 ‘적신호’

보호구역인데 천막·좌판대 난립…보행공간 ‘반토막’
학생들 직접 민원 신고도…광산구 "단속·관리 강화"

24일 오전 9시 광주 광산구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 화물차를 둔 채로 노점상이 운영되고 있다.
“장사하시는 분들 때문에 통학로가 너무 좁아졌어요. 요즘에는 트럭을 끌고 오신 노점상 분들이 신호등 앞까지 물건을 내놓고 있어요.”

어린이 보호구역 내 인도에 점포형 불법 노점이 난립하면서 통학로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보행 공간이 크게 줄어들자 학생들이 직접 민원을 제기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오전 9시께 광주 광산구 첨단초등학교에서 라인아파트로 이어지는 약 200m 구간 인도. 등교 시간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지만 도로 한쪽에는 화물차들이 줄지어 정차해 있었다. 차량 적재함에 실려 있던 채소와 과일 상자가 인도로 옮겨졌고, 간이 테이블과 의자, 천막까지 설치되며 순식간에 노점 형태를 갖췄다.

문제는 해당 구간이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점이다. 도로교통법상 보호구역 내 주정차는 제한되지만, 현장에서는 화물차를 장시간 세워둔 채 장사를 이어가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목격됐다. 인도 한복판에 신발 수십 켤레를 진열한 노점도 있었다.

점포형 불법 노점상들이 늘어서면서 인도의 보행 공간은 성인 1명이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좁아졌다. 출근길 주민과 학생, 자전거 이용자가 뒤섞이면서 현장은 혼잡을 빚었고, 초등학교 앞이라는 점이 무색할 만큼 작은 재래시장을 방불케 했다.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체구가 작은 아이들은 성인과 부딪치거나 넘어질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상황이 반복되자 한 초등학생은 담임교사를 통해 광산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직접 민원을 제기했다.

24일 오전 9시 광주 광산구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간이천막을 친 노점이 영업하고 있다.


민원을 낸 A군은 “장사하는 사람들 때문에 인도가 너무 좁아졌다”며 “자전거를 타고 가다 대기 줄에 서 있던 사람을 칠 뻔한 적도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학생도 “발밑을 제대로 보지 못해 부딪치거나 넘어질 뻔한 일이 자주 있다”고 적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민원에는 구체적인 개선 요구도 담겼다. “장사를 계속하려면 자리를 넓히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 달라”, “계단이 있는 이동 경로를 평평하게 만들어 자전거와 교통약자도 다닐 수 있게 해 달라”는 제안이 이어졌다.

특히 하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오후가 되면 노점 수와 이용객이 늘어나며 대기 줄이 길게 형성되고, 보행 동선과 자전거 동선이 뒤엉키면서 사고 위험이 커진다.

불법 노점상 관련 민원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광산구에 접수된 민원은 2020년 16건, 2021년 30건, 2022년 41건, 2023년 22건, 2024년 14건이며, 올해도 현재까지 6건이 접수됐다.

공공 보행권과 어린이 안전 침해가 지속되자 행정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광산구 관계자는 “불법 노점상 난립 문제 해결을 위해 청원경찰과 담당자를 투입해 교통 혼선을 줄이고 보행로를 확보하겠다”며 “현장 계도와 단속을 병행해 통행 안전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24일 오전 9시 광주 광산구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 각종 채소와 화물차 등으로 노점이 운영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엄재용 인턴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