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파고든 '아트'…일상 속 예술지평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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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시민들 파고든 '아트'…일상 속 예술지평 넓혔다

■2025 문화예술 결산
디자인·수묵·아트페어 긍정적 평가 속 지역미술계 견인
ACC 개관 10주년 의미… 광주시향은 정기연주회 400회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2025년 개관 10주년을 맞아 전시와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였다. 사진은 ‘제비노정기: 시리렁 시리렁’ 공연 모습.
제16회 광주여성영화제 폐막을 기념해 영화제 관계자와 관람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강, 유형적 공간 마련 부재…문병란 시인 10주기 시선집

···광주극장 개관 90주년 ‘극장영화제’·여성영화제 등 ‘풍성’



올해 문화예술계는 역대 그 어느 해보다 굵직한 행사들보다는 작지만 내실있는 행사가 잇따랐다. 광주시립미술관 아카이브센터가 문을 열었고, 디자인과 수묵비엔날레가 성황리 열렸으며, 문병란 시인 10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문학정신을 조명하기 위한 시선집과 애송시집이 잇따라 출간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전시와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였다. 공연계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변화를 꾀했고, 영화계는 광주극장 90주년을 함께 축하했다. 이에 따라 다사다난했던 올해 문화예술계의 족적들을 정리해본다.





미술

광주시립미술관 아카이브센터가 하정웅미술관에 문을 열었으며, 미술계 허리인 40대 작가들인 정성준 하루.K(본명 김형진) 정승원 작가의 작품이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 수록됐다.

이매리 작가는 2025사라예보국제북페어, 이이남 작가는 이탈리아 콜로세움과 UNESCO 공식 초청전 및 APEC 정상회담장을 누비며 광주와 지역미술을 알렸으며, 광주시립미술관은 ‘2025 문화도시광주’전을 통해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광주 작가 15명은 ‘제1회 울란바토르비엔날레’ 현장에서 각각 광주미술을 전파했다.

‘2025 제1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지난 8월 30일 개막, 11월 2일까지 65일간 용봉동 주전시관 등에서 성황리 열린 가운데 4만5000명(유료관람객 기준)이 전시장을 찾았다. ‘2025 제4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지난 8월 30일부터 10월 31일까지 목포외 진도 등지에서 국내외 20개국 83명의 작가(팀)가 참여해 300여점의 작품이 선보였으며, 관람객 44만 명이 다녀갔다. 이외에 지난 10월 열린 ‘제16회 광주국제아트페어’에는 관람객 2만8000여명이 찾았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싱가포르 시각예술가이자 기획자인 호추니엔이, 광주비엔날레 신임 대표이사로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각각 선임됐다. 제31회 광주미술상에 사진작가 이세현씨가, 제26회 광주신세계미술제 최종 수상자로는 대상에 설박, 신진작가상에 임다인씨가 각각 선정됐다.

국립현대미술관 광주분관 움직임이 일었으나 구체적 성과를 끌어내지 못했으며, 광주미협 제13대 지회장에 한국화가 이병오씨가 뽑혔다.

이밖에 지역 화단에서 두번째 고령인 석성 김형수 화백 별세에 이어 원로 황영성 화백(전 조선대 교수)이 별세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전시를 잇따라 선보였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집적한 ‘뉴욕의 거장들’, ‘ACC미래상 김아영-딜리바리 댄서의 선: 인버스’, 애호가의 편지, ACC포커스 ‘료지 이케다’,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특별전 ‘봄의 선언’, 지역협력전 ‘오승윤: 풍수의 색, 생명의 선율’ 등이다.

이 가운데 ‘ACC미래상 김아영-딜리바리 댄서의 선: 인버스’, 애호가의 편지, ACC포커스 ‘료지 이케다’는 각각 관람객 10만명을 돌파했다.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특별전 ‘봄의 선언’은 지난 14일 기준 8만5518명이 관람해 이달까지 10만 관람객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지난 17일 착공 2년 만에 도자문화관을 개관, 아시아 도자문화 핵심 거점으로서 새 시작을 알렸다. 도자문화관은 연면적 7137㎡, 지상 2층 규모로, 한국도자실·신안해저도자실·디지털아트존 등 3개의 상설 전시실, 석조물 마당, 뮤지엄숍 드응로 구성돼 있다. 대표 전시품은 국보 ‘청자 상감 모란국화무늬 참외모양 병’, 보물 ‘청자 구룡 모양 주자’, ‘백자 청화 산수무늬 팔각연적’ 등이다. 국립박물관 최초 도자전문관으로 향후 역할이 기대를 모은다.

국립나주박물관은 고대 역사와 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박물관(디지털복합문화관)을 완성, 내년 1~1월께 시범 운영을 갖고 3월 정식 개관한다. 어린이박물관은 684.8㎡ 규모의 고대 마한 문화를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된 체험형 놀이 공간으로, 전남 최대 어린이복합문화공간이 될 전망이다.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장 앞에 운집한 관람객들
공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프로젝트 그룹 무토(MUTO)와 창작 집단 입과 손 스튜디오가 협업해 선보인 ACC의 판소리 연작 시리즈 ‘두 개의 눈’을 통해 ‘심청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심학규의 여정을 중심에 둔 로드 무비 형식으로, 판소리에 전자음악과 미디어아트, 무대장치를 결합해 눈길을 끌었다.

‘범 내려온다’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다시 호흡을 맞춘 ‘제비노정기: 시리렁 시리렁’은 판소리 ‘흥보가’의 서사를 과감히 해체하고 음악·춤·무대기술을 결합한 콘서트 형식의 무대로 전통예술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올해 16회를 맞은 ‘ACC 월드뮤직페스티벌’은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음악축제로 뻗어나가겠다는 의미의 새 명칭인 ‘X뮤직페스티벌’로 열렸다.

광주예술의전당은 매회 전석 매진을 기록한 ‘11시 음악산책-명작시리즈’를 통해 상하반기에 걸쳐 ‘노인과 바다’, ‘위대한 개츠비’, ‘안나 카레니나’ 등 명작을 주제로 총 8회 무대를 꾸렸다. 1976년 창단한 광주시립교향악단은 올해 제400회 정기연주회 를 선보였다. ‘혁명가들’이라는 주제로 시대와 맞선 예술가들의 정신을 광주 정신에 빗댔다.

12·29여객기참사 1주기를 추모하는 음악회도 열렸다. 광주시립교향악단의 ‘179명의 이름을 기억하며’,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진혼, 기억’은 각각 클래식과 국악으로 기억을 지켜내는 울림을 선사했다. 특히 ‘진혼, 기억’의 경우 광주·전남 6개 예술단체가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이외에도 내벗소리민족예술단은 ‘AI와 함께하는 국악 관현악극-춘향전Ⅱ’으로 전통 창극에 AI 작곡 기술을 접목한 AI 융합 국악 창작극을 선보였고, 광주시립창극단은 마당창극 ‘열어볼 결심’을 XR실감형 무대를 준비, 내년 3월께 공개를 앞두고 있다.



‘문학들’ 20주년 기념식 모습
문학출판

(사)광주전남작가회의는 1월 정기총회를 열고 임기 2년의 새로운 수장(제17대)으로 강진 출생 김미승 시인을 뽑았다. 두번째 여성 회장이었다. 서점가에서는 한강의 강세가 지속됐지만 북카페를 포함해 한강의 유형적 공간마련은 한해가 다 가도록 구체적 결실을 맺지 못했다.

오월문예연구소는 ‘오월문학총서’를 기본 텍스트로 삼아 워크숍 ‘세계문학의 가능성으로서 오월문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남 해남 출생 김준태 시인은 445쪽 분량의 첫 소설집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도서출판 b 刊)를 선보였으며, 가수이자 시인, 서예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펼쳐온 박종화씨는 12·3비상계엄 뒤 1년 만에 122일 동안 소회를 담은 ‘계엄수첩’을 출간했고, 고재종 시인은 등단 40주년을 맞아 시선집 ‘혼자 넘는 시간’(문학들 刊)을 펴냈다.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은 문학들은 시집선 출간에 돌입했으며, ‘전국계간문예지편집자회의’는 지난 8월 30일 라마다플라자충장호텔에서 열렸고, ‘제7회 조태일문학상’에 김수열 시인이 선정됐다. 광주 출생 이송희 시인은 ‘제20회 오늘의시조문학상’과 ‘제44회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했다.

전남 화순 출생 민중시인 문병란(전 조선대 교수)의 10주기(9.25)를 맞아 삶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한 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의 추모 시선집 ‘직녀에게’(작가 刊)와 시민이 애송하는 100편의 시를 묶은 ‘광주, 너는 오월의 휘앙세’(박노식 시인 총괄기획 심미안 刊)가 출간됐다. 계간 ‘문학들’ 창간 20주년 기념식이 지난 11월 열렸으며, 송기숙 소설가(전 전남대 교수)의 4주기 추모식이 12월 6일 거행됐다.

광주문인협회 제15대 회장에 시인, 소설가, 평론가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을 펼쳐온 박덕은씨가 뽑혔다. 지난 2월 대학 교수이자 시인으로 평생 후학 양성과 창작에 몰두해온 원로 손광은 전 전남대 국문과 교수가 별세했다.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작품을 살펴보고 있는 관람객들.
영화

광주극장은 개관 90주년을 맞아 ‘90주년 광주극장영화제’를 열고 시민들과 축하했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을 집중 조명하면서 세계 영화 거장 르누아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중심으로 영화사의 원류와 계승을 짚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과 그가 직접 고른 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이 마련된 가운데 영화제 기간 봉 감독이 극장을 찾으면서 전석 매진을 기록, 영화 관람과 시네토크로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광주극장의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이 본격화된 해이기도 했다. 광주시는 지난 10월 국가유산청에 광주극장의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을 위한 관련 보고서를 제출,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내년 지자체 심의와 전문가 현장 검증, 국가유산청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광주독립영화제는 ‘비타민 F(ilm)’라는 주제로, 삶에 지친 관객에게 영화가 작은 활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스크린에 옮겼다. 광주극장이 영사기, 스크린, 음향시스템을 전면 교체한 이후 처음으로 독립영화제의 개막작을 상영하기도 했다. 16회를 맞이한 광주여성영화제는 ‘우리는 빛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극장을 연대의 빛으로 물들였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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