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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권 광주진로진학지원단장·설월여고 교사 |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안정성과 연속성을 바탕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영역이다. 특히 학생의 진로와 진학은 단기간의 제도 변화로 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고교 3년 동안의 교육과정 운영, 과목 선택, 학생평가, 진학 상담은 학교 현장에서 서로 맞물리며 하나의 체계로 축적되어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는 학생 개인에게 되돌릴 수 없는 결과로 남는다. 그러기에 교육만큼은 행정통합의 일정과 분리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현 시점에서 교육청 통합 논의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의 본질은 학생 선택권 보장이다. 그러나 광주와 전남은 학교 밀집도와 교원 수급, 이동 거리와 생활 여건 등에서 뚜렷한 구조적 차이를 지닌다. 지역간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광역 단위의 기준을 일괄 적용할 경우, 선택권 확대가 아니라 선택권의 불균형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광주와 전남은 각자의 교육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강점을 축적해 왔다. 광주는 진로와 진학 중심의 입시 지원 체계를, 전남은 농산어촌과 도서 지역을 고려한 돌봄과 진로교육 연계를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교육 자산은 분리된 체제 속에서 각 지역의 현실에 맞게 정교화되어 왔다. 통합 과정에서 하나의 기준만이 강조된다면, 이러한 자산은 충분히 활용되기보다 오히려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행정의 현장 밀착성 약화 또한 우려되는 지점이다. 교육행정의 질은 접근성과 즉시성에서 비롯된다. 행정 단위가 커질수록 의사결정 구조는 복잡해지고 이는 학교 현장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현재 광주에서 교육청 본청 단위로 이뤄지고 있는 고등학교 학생평가 관리 체계가 지역교육청 단위로 분산될 경우, 평가 기준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학생 평가는 대입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관리 체계의 작은 혼선 하나도 현장에서는 곧바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교육은 실험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행정통합 논의와 별개로 교육은 학생의 학습 연속성과 제도 안정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교육청 통합을 유보하고, 광주와 전남이 분리된 체제 속에서 고교학점제 운영과 학생평가 체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동시에 두 교육청은 교육의 질을 기준으로 한 협력 모델을 단계적으로 검증하고, 지역별 교육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체계를 준비하는게 순서이다.
행정통합 논의가 계속되더라도 교육만큼은 분리된 상태에서 충분한 시간과 검증을 거쳐 판단해야 한다. 광주시와 전남도, 그리고 두 교육청은 교육청 통합 여부를 행정통합의 부속 사안으로 다루기보다는 고교학점제 운영 안정화와 학생평가 체계의 일관성, 진로진학 지원의 연속성을 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광역 단위 통합이 학생 선택권과 교육 형평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충분한 공론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빠른 결정이 아니라, 분리된 교육체제 속에서 각 지역의 교육 여건을 존중하고 협력 모델을 차근히 축적해 가는 과정이다. 이는 통합을 거부하는 선택이 아니라 교육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 유보이며, 교육청과 지자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책무다. 진로와 진학의 시계는 행정의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교육 정책은 언제나 한 발 늦더라도 가장 안전하고 검증된 길을 선택해야 한다. 교육 정책의 성과와 실패는 통계가 아니라, 교실 안 학생 한 명 한 명의 삶으로 남기 때문이다.
2026.01.25 (일) 1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