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경유 가격, 휘발유 추월…"서민 경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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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광주 경유 가격, 휘발유 추월…"서민 경제 압박"

중동 전쟁 후폭풍 불안에 국제유가 급등 영향
시민 체감 물가·산업계 연료비 부담 가중 우려
정부, 범부처석유시장점검반 구성 ‘대책 마련’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해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물류비와 서민 물가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광주지역 주유소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는 이른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경유는 휘발유보다 세금 구조와 수요 특성 때문에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수급 불안이 겹치면서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물류·농업 등 지역 산업 전반에도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광주 지역 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경유 평균 가격은 ℓ당 1856원으로 전날보다 37원이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의 경우 ℓ당 1849원으로 전날보다 약 20원 올라 경유보다는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광주 지역의 경우 최근 한 달 사이 휘발유 가격은 약 160원가량 상승한 반면, 경유는 260원 이상 오르며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특히,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20~30원가량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등 가격 역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날 오전 찾은 광주 북구의 한 주유소. 주유기를 잡은 시민들은 가격표를 한 번 더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경유 차량을 운전하는 김석형씨(43)는 “원래 경유가 휘발유보다 싸다고 생각하고 디젤차를 샀는데 이제는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며 “중동 사태 이후로 기름 넣으니까 체감이 확 된다. 앞으로 경유값은 더 오를 것 같다는 얘기가 많아서 요즘은 절반 남아도 미리 주유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 크다.

광주에서 여수까지 화물차를 왕복 운행하는 황수현씨(41)는 “경유값이 오르면 바로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라며 “운송 단가가 바로 올라가는 것도 아니라서 기사들 입장에서는 버티기가 쉽지 않다. 최근 몇 달 사이 경유값이 계속 오르면서 주변 기사들도 기름값 걱정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기름값 급등의 가장 큰 배경은 중동 정세 불안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지역 긴장이 높아지면서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두바이유 등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하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통상 국제 유가 변동은 약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최근 상승분이 앞으로 추가 반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경유 가격 상승 폭이 더 크게 나타난 데에는 연료 수요 구조 차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휘발유가 주로 승용차 연료로 사용되는 반면 경유는 화물차와 버스, 건설장비, 농기계, 선박 등 산업과 물류 분야 전반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화물 운송 차량 등 영업용 차량은 연료 가격이 상승해도 운행을 줄이기 어려워 수요 탄력성이 낮기 때문에 유가 상승기에는 경유 가격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또, 국제 시장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고가에 형성되는 점도 상승 원인으로 작용했다. 원유를 정제할 때 휘발유는 30~140℃에서, 경유는 250~350℃ 구간에서 추출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만들 수 있다 보니 휘발유의 정제 난이도가 더 낮은 편이기 때문에 글로벌 수급 불안이 발생하면 휘발유보다 경유 가격이 더 민감하게 움직인다.

이 같은 경유 가격 상승은 물류와 농업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 지역 경제에도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화물차와 택배 차량 등 물류 산업의 주요 연료로 경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운송비와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데다가, 이는 농산물과 생활 소비재 가격 등 전반적인 생활 물가 상승 압력 등으로 연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도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나타난 경유 가격의 휘발유 역전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일정 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일부 석유류 가격의 과도한 인상으로 시장 교란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재경부·산업부·공정위·국세청·지방정부 등으로 구성된 범부처석유시장점검반을 운영하고, 정유사·주유소의 담합, 매점매석 등 유통 단계를 특별점검하고, 불법 석유유통 위험군 주유소에 대한 특별기획검사를 벌이고 있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김은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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