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봄을 여는 꿀벌의 첫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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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봄을 여는 꿀벌의 첫 비행

김성연 전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김성연 농업연구사
3월이 되면 들과 산에는 겨우내 얼어 있던 공기가 풀리며 봄기운이 서서히 스며든다. 차가운 바람은 점차 물러가고, 따스한 햇살이 땅을 데우기 시작하면 자연은 가장 먼저 꽃으로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의 문을 열고, 이어 산수유와 유채꽃이 노란빛으로 들판을 물들이며 생명의 기운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겨울 내내 고요하던 벌통 주변에도 조금씩 활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따뜻한 날 오후가 되면 일벌들이 하나둘씩 벌통 밖으로 나와 꽃을 찾아 날아오르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이는 단순한 움직임을 넘어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다.

양봉 농가에서는 이 시기를 두고 “이제 한 해 양봉이 시작됐다”고 말하곤 한다. 긴 겨울을 견뎌낸 봉군이 다시 활력을 되찾는 시기이자, 한 해 농사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철은 기대와 설렘만큼이나 세심한 관리와 긴장을 요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월동을 마친 봉군의 상태는 저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벌통을 열어 보면 소비 여러 장을 빼곡히 채울 만큼 세력이 강한 봉군이 있는 반면, 몇 장의 소비에 벌이 드문드문 붙어 있는 약한 봉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약군은 그대로 방치하기보다 비슷한 세력의 봉군과 합봉하여 안정적인 군세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세력이 좋은 봉군은 여왕벌이 충분히 산란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산란 공간이 부족하면 봉군의 성장 속도가 둔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시기적절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봄철 봉군 관리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는 먹이 관리다. 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해서 항상 꿀벌의 외부 활동이 원활한 것은 아니다. 기온이 낮거나 비가 이어지는 날에는 벌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벌통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먹이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여왕벌의 산란이 줄어들거나 유충 육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초봄에는 화분떡과 물을 적절히 공급하여 봉군이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 시기의 먹이 관리가 봉군의 세력을 좌우한다고 할 만큼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봄은 일교차가 큰 계절이다. 낮에는 따뜻하지만 밤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꽃샘추위가 반복되면 벌통 내부 온도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어린 유충은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보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벌통의 틈새를 점검하고 보온재를 활용하는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세력이 약한 봉군일수록 외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질병과 해충 관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대표적인 해충인 응애는 봉군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봄철은 봉군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작은 피해도 전체 봉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예방 중심의 관리와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어려움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상기온이 잦아지고 꽃의 개화 시기가 불규칙해지면서 꿀벌의 활동 시기와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해충 피해까지 더해지면 양봉 관리의 난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봉군 관리 기술의 확보와 지속적인 연구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뜻한 봄바람 속에서 벌들이 꽃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모습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농업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작은 날갯짓 하나하나에는 한 해 농사의 희망과 결실이 담겨 있다. 올봄에도 현장의 세심한 관리와 꾸준한 노력이 더해져 건강한 봉군이 자라고, 나아가 풍성한 농업의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성연 gn@gwangnam.co.kr        김성연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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