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광주·전남 행정통합, ‘상생’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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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광주·전남 행정통합, ‘상생’이 최우선

이철호 농협 광주본부장

삼월의 들녘에는 따스한 봄볕이 내려앉고 있지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 미국과 중동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고, 이는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우리 경제 전반에 무거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와 생산비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지역 경제의 체력을 시험하고 있다. 특히 고비용 시대에 직면한 지역 산업과 본격적인 농번기를 앞둔 농업 현장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대외적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의 재편을 넘어 지역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통합의 거대한 청사진을 그려나가는 지금, 우리는 그 화려한 그림자 뒤에 가려진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광주지역 내 농촌 지역민들은 오랜 기간 행정구역상 ‘광역시’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각종 지원 체계에서 배제되거나 차별을 겪어온 측면이 있다. 도시의 행정 체계에 묶여 있다는 이유로 농촌 지원 정책의 적용에서 제외되거나, 인접한 시·군 지역에 비해 보조금과 정책적 혜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반복돼 왔다. 도심 배후에서 실제 농업 생산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이른바 ‘행정적 역차별’은 지역 내 균형 발전을 저해하고 갈등의 불씨를 남기는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다행히 최근 지역 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방의회 차원에서 도시형 농촌 지역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여건을 조사하고 지원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조례 제정 논의가 시작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또한 국회에서도 광역시에 속한 농촌 지역을 법적 ‘농촌’ 범위에 명확히 포함시켜 정책적 배제를 해소하려는 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도 보완을 넘어 행정통합이 실질적인 시너지를 내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정의로운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통합이 단순한 물리적 결합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처럼 행정 중심이 아닌 ‘삶의 현장’ 중심의 제도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통합의 효율성에만 매몰된 나머지 특정 지역이나 산업이 또 다른 소외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다. 행정통합 과정에서 도시형 농촌 지역뿐만 아니라 기존 전남의 낙후 지역, 그리고 전통적인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역으로 차별을 겪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산업 지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소규모 상공인과 농민들이 정책 논의의 주변부로 밀려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행정, 그리고 입법 영역의 종사자들이 더욱 세심하고 치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단순히 선을 긋는 행정적 통합이 아니라, 각 지역의 특수성과 산업 구조를 살리면서도 정책적 혜택은 균형 있게 돌아가는 정교한 실행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행정통합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민 모두가 더 나은 삶을 누리는 ‘상생’에 있다. 광주와 전남이 하나의 공동체로 묶이는 과정에서 도심 배후 농촌이 도시화의 물결에 휩쓸려 정체성을 잃거나 정책적으로 소외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통합은 단순한 규모의 확장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조화의 과정’이어야 한다.

농촌의 땀방울이 멈추면 도시의 식탁도 멈춘다는 평범한 진리는 통합의 시대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다. 행정통합이 또 다른 소외의 출발점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의 문이 될 수 있도록 민·관·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역차별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삼월의 대지 위에 뿌려진 희망의 씨앗이 차별 없는 환경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시간이 지나 모든 시민에게 풍성한 결실로 돌아오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철호 gn@gwangnam.co.kr        이철호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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