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초대석] 정일선 광주은행장 ‘혁신·실행 DNA’ 깨워 금융 복합위기 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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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초대석] 정일선 광주은행장 ‘혁신·실행 DNA’ 깨워 금융 복합위기 넘겠다

불확실성의 일상화…새로운 도전 원년 선언
‘제로 투 원’ 혁신…"과거 성공 공식 안 통해"
불필요한 가짜 업무 줄이고 진짜 성과 집중



‘변화와 혁신의 DNA’. 정일선 제15대 광주은행장이 지난 1월 취임식에서 강조한 키워드다. “낡은 것을 버리고 혁신을 향해 뛰어들어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자”며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금융 환경에 선제적으로 해법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구 감소와 경제 둔화, 디지털 경쟁 격화가 동시에 밀려오는 복합위기 국면에서 단순 방어가 아니라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공격적 전환’에 나서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취임 100일을 맞는 정 행장은 현장 밀착경영을 펼치며 최대 현안인 실적 반등과 건전성 강화에 주력하는 한편 신성장 동력 확보, 지역상생 실천 등 100년 은행의 주춧돌을 놓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올해를 ‘새로운 도전의 원년’으로 삼아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 실행으로 증명하는 조직,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금융으로 다음 단계의 경쟁력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AI 전환’과 ‘실행 중심 체질 개선’, ‘지역 상생’이라는 세 축을 전면에 내세우며 성장 전략을 새로 짰다.

정 행장은 혁신을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의 표현인 ‘제로 투 원(Zero to One)’에 빗대며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겠다”고 피력했다. 과거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고, 누군가가 정답을 알려주는 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대신 그는 혁신의 출발점으로 두려움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고 이를 극복하는 용기를 강조했다.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변화 자체를 조직의 기본값으로 삼아 ‘혁신의 DNA’를 광주은행의 다음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정 행장이 가장 먼저 꺼낸 실천 과제는 ‘불필요한 업무 제거’다. 성과 없이 시간만 낭비되는 가짜 업무와 중복되는 프로세스를 축소·통합해 진짜 성과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를 줄이는 단순한 긴축이 아니라, 핵심 성과에 자원을 재배치해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더 빠르게 반응하는 ‘민첩한 은행’으로 재설계하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효율화는 ‘AI 혁신’과 맞물려 추진된다. 광주은행은 올해 초 신설한 신성장전략본부와 AI혁신부를 통해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핀테크 협업 확대와 글로벌 시장 개척을 병행해 신성장 역량을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AI가 지점망의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고, 고객 접점의 질을 고도화할 수 있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정일선 광주은행장이 취임식 직후 첫 공식 일정으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호원(회장 양진석·왼쪽)을 방문해 지역 밀착 경영의지를 다졌다.
영업·채널 전략에서는 ‘투 트랙(Two-Track)’ 접근이 제시됐다. 수도권(서울·경기)은 기업금융 중심의 ‘센터형 영업’을 강화하고, 광주·전남은 ‘대형 거점화’와 ‘디지털 라운지’를 통해 지역 밀착과 디지털 전환을 동시에 추진한다.

정 행장은 ‘생산적 금융’의 고도화도 강조했다. AI·미래자동차·첨단산업 등 미래 혁신산업 육성과 지역 기반 산업의 성장잠재력 발굴을 통해 실질 성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의 성장 구간을 선제적으로 포착해 금융이 성장을 촉진하는 성장 산업의 ‘금융 파트너’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역 대표은행의 정체성도 재확인했다.

정 행장은 “광주·전남 대표은행은 누가 붙여준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선택한 정체성”이라며 금융기관을 넘어 지역공동체 일원으로서 사명을 강조했다. 매년 이익의 일정 부분을 지역 상생기금으로 환원하고, 실효성 있는 금융지원을 강화해 ‘나눔과 성장을 연결하는 상생 관계’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와 협력 체계를 단단히 하고, 사회 취약계층에는 실리 중심의 지원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노사관계에서도 ‘상생’을 전면에 내세웠다. 금융 산업의 구조 전환기에 디지털 역량 강화, 업무 재설계, 평가·보상 체계의 변화가 동반되는 만큼 새롭게 출범한 제21대 노동조합과 함께 갈등 구조의 현안 개선을 위해 노·사 상생 TFT를 구성하고, 상호 이해와 협력,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성숙한 노사문화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그룹사와 관계에서는 광주은행의 도약이 그룹 전체 경쟁력으로, 그룹의 성장이 다시 광주은행의 발전 기반으로 이어지는 ‘상호 성장 선순환’을 구축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가 그리는 조직문화 방향은 ‘함께 일하고 싶은 행복한 은행’이다. 직급·세대·성별 구분 없이 젊은 세대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시니어 세대의 깊은 통찰이 시너지를 만들고, 견제보다는 신뢰를 우선하는 문화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정 행장은 “오직 성과로 가치를 측정하겠다. 동시에 직원들이 일한 만큼 삶의 여유도 누릴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조직문화 조성에도 앞장서겠다”며 성과주의와 지속가능한 근무 환경을 함께 설계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광주은행은 지난 1월 소상공인 특례보증 대출 지원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골목상권 지원을 위해 23억원을 특별 출연했다.
정 행장의 리더십은 이력에서도 드러난다. 전남 강진 출생인 그는 1995년 3월 광주은행에 입행한 뒤 첨단2산단지점장, 포용금융센터장, 인사지원부장, 데이터전략본부장 등을 거쳤고 행동이념상, 우리금융회장상, 자랑스런광은인 장려상, 금융감독원장상, 과학기술처장관 표창 등을 수상했다. 영업 현장부터 포용 금융, 인사, 데이터 전략까지 폭넓은 경험을 축적해 AI 전환, 현장 실행력 강화, 지역 상생이라는 복합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행장은 마지막으로 아마존의 성장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1996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이 끊임없는 혁신으로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이자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듯, 광주은행도 명확한 방향과 확고한 기반, 이를 현실로 만들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포부다.

특히 결정하면 즉시 움직이고 끝까지 완수하는 ‘실행 DNA’를 광주은행의 강점이자 생존 DNA로 규정하면서 과도한 보고와 형식적 업무 관행을 줄이고, 의사결정 권한을 실무 조직으로 이양해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관건은 실행의 밀도다. ‘가짜 업무’의 제거가 실제로 현장의 시간을 고객과 성과로 돌려주는지, AI 조직 신설이 기술 도입을 넘어 사업 모델과 운영 방식의 변화를 끌어내는지, 투 트랙 채널 전략이 수도권 확장과 지역 밀착을 균형 있게 성과로 연결하는지가 올해 성적표를 좌우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현아 기자 aura@gwangnam.co.kr        정현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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