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촉법소년 연령 낮춰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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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아침세평]촉법소년 연령 낮춰야 하는가?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우리 생각의 많은 부분이 나이에 포섭돼 있다. 어른들은 어떤 상대와 이야기를 하다 불리해지면 나누던 대화 주제를 내팽개친 채 난데없이 네 나이가 몇살인지 물어 온다.

당황스럽다. 나이가 어리면 사고 수준이 낮고 나이가 많으면 생각의 수준이나 경험이 많다고 여기는 다분히 이분법적이고 권위적인 생각이다.

여기서 잠깐만 우리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보자. 우리가 만나는 많은 친구들이나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 모두가 사고 수준이 다 똑같은가?

어떤 사람은 성숙하고 사려깊이 행동하여 본보기로 삼을만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저급한 수준의 행동이나 생각에 머무른 사람이 있다.

최근 촉법소년 연령을 14세에서 13세로 낮추자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발상들은 매우 직관적이고 감정적이다.

청소년비행의 실체를 정확하게 분석함으로써 그 원인이나 결과 간의 인과관계를 밝히려는 시도없이 다분히 시민들의 정서에 기댄 단견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촉법소년을 비롯한 범죄소년들이 저지른 비행 양상이 저연령화, 흉포화, 죄책감이나 반성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런 현상이 촉법소년의 연령을 하향시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런 주장들의 이면에는 청소년들을 성인 세대에 부속된 존재이거나 청소년들은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한 존재라고 여기는 시각이 도사리고 있다.

또한 청소년은 규범에서 벗어나 늘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규정함으로써 항상 성인들의 관리나 감독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입장이 깔려있다.

과연 이런 시각이 합리적일까? 우리 나라의 많은 10대 초반의 아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 사회를 호모 헌드레드(homa hundred) 사회라고 한다. 평균수명이 100세라는 의미이다.

반면에 한국은 고령화가 매우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노인 빈곤률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후지타 다카노리의 표현대로 하류노인이 양산되고 있다. 이 때 필연적으로 따르는 문제가 노인 범죄이다.

노인 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8년도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61세부터 70세 까지의 범죄 건수는 2만6587명이었다. 5년 뒤인 2023년도에는 3만882명으로 늘었다.

물론 촉법소년의 비행 건수도 이에 못지 않다. 촉법소년은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10세부터 14세에 이르는 보호소년을 일컫는 용어이다.

이들이 저지른 비행은 2021년도에 1만1677건이었던 것이 2025년도에는 2만1095건으로 6배 가량 증가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청소년비행을 설명하려는 수많은 이론과 연구들이 있다.

개인의 기질이나 성격적 문제로 접근하는 심리학적 이론, 가족의 문제로 접근하는 가족론적 입장, 사회적 규범의 붕괴나 가치의 붕과 또는 사회연대의 약화 같은 원인으로 설명하려는 사회학적 접근, 청소년을 둘러싼 생태환경의 영향으로 설명하려는 생태체계적 접근 등이 있다.

수많은 이론들을 살펴볼 때 청소년 비행이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

앞서 지적했듯이 심리적, 사회적, 인격적 성숙은 나이 순서가 아니다.

그러므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춘다고 해서 청소년비행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나 마술적 사고에 가깝다.

소년법 연령을 낮추기 이전에 소년법의 목적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소년법은 처벌보다는 교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소년사건에서는 재판이라고 하지 않고 심리라 부른다. 처벌이라는 용어 대신에 처분이라고 한다. 비행청소년들의 변화를 전제로 한 용어들이다.

청소년들은 조그마한 관심에도 변화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상담현장에서 날마다 보고 느끼고 있다.

변화를 넘어 곤충이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바뀌듯이 변태를 하는 청소년들이 다반사다. 또한 청소년들의 인성함양 방안을 비롯한 청소년비행의 재범율을 낮추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피해자 지원책과 함께 가정의 구조적, 기능적 회복을 위한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

이에 더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인 14세 미만의 아동을 범죄자로 취급하지 말고 형사책임 연령을 14세로 유지하라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청소년비행은 우리 사회의 제도적 허점의 결과이다. 청소년비행의 해결책을 나이로 치환하기에는 그 논리가 너무나 가볍고 곤궁하다.
박병훈 gn@gwangnam.co.kr         박병훈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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