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단순한 기록 넘어 존재의 심연 출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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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사진은 단순한 기록 넘어 존재의 심연 출입문"

김창호 사진전 26일까지 아크갤러리서
‘창’ 주제로 마음 안팎 조망 35점 출품
"시간·공간…삶 감각 쌓인 흔적" 기록

‘세상과의 빗장’
‘침묵 존재를 묻다’
“‘보는 행위’ 자체에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세상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세상을 통해 우리 자신을 보고 있는 것. 당신의 창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 나는 뿌연 창 너머로 나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는 것, 그것이 이 사진들이 바라는 진정한 대화일까 생각해 봅니다”

창이 풍경만을 비추면 풍경만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마음에 이입해 마음의 창으로 잡는 사진은 우리의 내면 깊숙히 그 서사가 파고든다. 아주 비싼 사진기로 세상의 풍경을 잡는다고 해서 마음에 가 닿지는 않을 터다. 만약 누구나 비싼 카메라로 마음에 가닿은 창을 확보할 수 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비싼 카메라를 구입하려 할 것이다. 작품도 그 작가의 마음의 품성과 함께 가는 듯하다. 오로지 돈만 보고 찍는 사진은 그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지 못하기에 그 얕은 수만 드러날 뿐이다. 하지만 예술을 위해 마음을 비운 채 나아가는 자에게는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여러 개의 마음으로 통하는 창을 달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김창호 사진작가
위 멘트의 당사자는 자신이 내세울만한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오로지 사진에 관한 열정으로 버틴겨온 일흔 고개를 아로새겼다.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일상을 구가하면서 단 한 컷이라도 온 마음을 다하지 않은 사진이 없듯, 매사 생활터전을 외면하지 않고 카메라 앵글을 터치해온 김창호 작가(72·광주원아트 대표)가 그다. 김 작가는 5·18민중항쟁 때 그해 26일 아침까지 비극적인 도청 현장에 있었다. 시신을 돌보는 사람이 없어 염(염습)을 하며 국가폭력의 현장을 낱낱이 마주쳐야 했다. 이때의 트라우마로 10여년 동안 광주를 떠나 있어야 했다. 이후 그는 카메라를 들고 생의 이면을 넘나들었다. 사진에 있어 그에게 생의 이면은 아마 낡은 것과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것 등이 아닐까 싶다. 이런 생의 이면에 대한 그의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전시 전경
작가는 프랑스 남부 세벤느 로제르예술가마을에서 ‘여행자의 시선’이라는 주제로 열린 사진초대전(2025.8.20∼9.3)때 작가노트를 통해 “삶의 여정은 여행이다. 출발의 선택에서 삶의 방향이 주어지듯 삶 또한 태어남과 동시에 길을 떠나는 여행지와 같다”면서 “나의 삶 속의 특별한 만남과 나의 시선은 1㎜의 렌즈 속에서 찰나적인 순간으로 기록되며, 과거가 현재 속에 존재한다. 오늘 이 순간, 이 지점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삶의 기쁨을 담아내는 나의 여정은 삶의 존재에 대한 필연적 여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에서 알 수 있는 대목은 카메라 앵글로 단순한 피사체가 아닌, 우리들의 시간을 기록하려 애쓴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어찌보면 이런 연장선상에서 그의 사진들을 논할 수 있지만 이번 사진전은 ‘창’을 주제로 하고 있다. 외부에서의 ‘창’은 그것을 경계로 안쪽에서 바깥쪽을 조망한다. 하지만 마음의 창이라는 설정에서는 바깥에서 안을 조응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두 간극 사이에는 이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창안에서는 창밖이 궁금하지만 마음의 창에서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실의 공간 보다는 내면 풍경이 궁금한 것이다. 창은 물질에 경도된 것이 아닌, 마치 묵은지처럼 푹 삭힌 세월의 먼지가 단단히 낀 것이다. 작가는 카메라 앵글에 담긴 창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그는 무엇을 담고 싶었을까가 자못 궁금했다. 분명한 것은 이같은 생의 이면을 늘 탐구하고 조망해 왔다는 점이다.



‘여행자의 소망’
전시장에 걸린 중견 한희원 화가의 김창호 사진작가 전시에 대한 비평문
김창호 사진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나에게 사진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존재의 심연으로 향하는 출입문이다. 낡은 창문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삶의 감각이 겹겹이 쌓여 있는 흔적의 감각이며, 외부와 내부를 이어주는 숨이 깃든 통로이다. 창문에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은 일상의 삶을 기록하며 스치는 시간의 공간이고, 존재성이 드러나는 나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유리에 낀 먼지와 긁힌 자국은 세월의 삶 속에 겪은 상처와 복잡한 감정, 미묘한 감각들이 엉킨 그림자의 기억이 나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말한다”면서 “창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환영은 그 존재가 온전히 이해되지 않는 채, 저 넘어 나의 또 다른 내면의 울림으로 유혹의 터치가 된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사진전은 다섯번째로 지난 17일 개막, 오는 26일까지 아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35점을 출품해 선보이고 있다.
고선주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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