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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화 교육학박사 |
얼마 전, 손석희의 ‘질문들’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김애란 작가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작가는 인간과 인공지능(AI)의 대화 차이를 이야기했다. 인간은 질문을 받으면 ‘망설임’이란 시간을 갖지만, 인공지능은 곧바로 답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망설임이란, 어떻게 이 사람을 더 위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상대의 질문 앞에서 곧바로 말을 꺼내기보다 잠시 멈춘다. 이 말을 해도 괜찮을지, 혹시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너무 가볍게 들리지는 않을지 스스로 질문해보는 침묵 속에서 상대는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기색을 느낀다.
반면, 인공지능은 질문을 받으면 주저 없이 답한다. 가장 적절해 보이는 문장을 빠르게 완성해 낸다. 그것은 분명 놀라운 능력이다. 우리는 그 덕분에 많은 시간을 절약하고 더 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는다. 그러나 그 빠름 속에는 잠시 멈추어 상대를 바라보는 시간은 포함돼 있지 않다. 감정을 헤아리기 위해 일부러 말을 고르는 순간, 혹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너무 정확하고 완벽한 문장이 오히려 마음에 닿지 않을 때가 있다.
개그맨 장동민이 힘들어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지쳐 있을 때, 유재석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작정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때 유재석은 따뜻하게 맞이하며 ‘그래, 동민아’라고 말한 뒤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다. 특별한 조언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시간은 장동민이 다시 마음을 잡고 무대에 설 수 있는 용기를 줬다고 한다. 이 일화는, 때로는 말보다 ‘망설임’과 ‘경청’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괜찮다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까 봐, 위로의 문장이 오히려 상대를 더 외롭게 만들까 봐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잠시 멈추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며, 가능한 한 상대의 이야기를 더 오래 듣는다. 그 조심스러움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상대를 진심으로 바라보게 된다. 망설임은 결핍이 아니라, 상대를 향한 가장 인간적인 반응인 것이다.
인공지능의 시대는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기다림 없이 답을 얻고, 고민 없이 선택하는 일에 익숙해질 것이다. 효율과 속도는 삶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그만큼 생각할 시간을 빼앗기도 한다. 어느 순간 우리는 질문을 던지자마자 답을 기대하고, 잠시의 침묵조차 불편하게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시대일수록 우리는 멈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쉽게 답하지 않고, 서둘러 판단하지 않으며, 때로는 말하지 않기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감정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봄 날씨가 그러하듯 인간의 마음도 늘 일정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고, 때로는 엇갈린다. 그러나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향해 다가가려 노력한다. 말 한마디를 건네기 위해 망설이고, 상대의 표정을 읽기 위해 잠시 멈추며, 어떻게 해야 위로가 될지 몰라 그저 곁에 머무른다.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함께 있는 시간이, 어떤 말보다 더 깊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공감이란, 그렇게 멈추어 서는 용기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빠르게 답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말하지 않는 것, 완벽하게 이해하려 하기보다 이해하지 못함을 인정하면서도 곁에 머무는 것. 그 느린 태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봄 날씨처럼 변덕스러운 마음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서툴고 느리다. 그러나 그 느림과 망설임이 있기에 서로를 향해 더 조심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어떤 기술도 대신할 수 없는 AI가 하지 못하는 인간만의 방식일 것이다.
김명화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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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6 (수) 18: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