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희정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지난해 12월, 국립광주박물관은 도자문화관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왜 광주박물관에 도자문화관이지?”하며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광주·전라는 한국 도자기 천 년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강진과 부안 그리고 무등산 아래 광주 충효동 등의 가마터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특히 강진과 부안에서 제작된 고려청자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독창적인 미감을 지녔다. 깊고 은은한 비취빛을 띠는 비색(翡色) 청자와 화려한 무늬의 상감 청자는 고려 공예 미학과 기술의 정점이라 평가받으며 세계적으로도 주목하는 우리나라 대표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정작 도자기의 본향이라 할 수 있는 우리 지역에는 ‘한국 도자기 천 년’의 역사를 집약한 전문 공간이 없었고, 이 소중한 문화자산에 대한 지역민들의 인식이 낮은 점이 매우 안타까웠다. 그런 점에서 국립박물관 최초의 도자기 전문 전시관인 도자문화관 개관은 우리 지역 도자문화의 역사와 정체성을 복원하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연면적 7137㎡ 2층 규모인 도자문화관은 1층에 3개의 상설전시실과 수장고, 2층에 뮤지엄숍과 카페, 세라믹 스튜디오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중 한국도자 전시실은 도자기의 생산-유통-소비라는 주제 흐름 속에서 한국적 미감을 시각화하여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강진 용운리 10-1호의 실제 가마를 전시 공간으로 들여와 도자기의 생산과정을 맵핑 영상과 함께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이해를 돕는다. 2부와 3부는 도자기를 매개로 당시 문화상을 소개한다. 고려 왕실과 귀족들이 즐겼던 차와 청자를 몰입형 ‘다실’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창밖으로 대숲이 보이도록 연출하여 남도적 분위기를 한껏 담아낸 ‘문인의 방’은 조선 후기 문인의 취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도자문화관의 또 다른 축은 신안해저유산이다. 1323년 중국 경원항을 출발해 일본 하카타로 향하던 무역선이 원인 미상의 이유로 신안 앞바다에 침몰했고, 그 배에서는 도자기와 금속공예품, 향료와 목패 등 2만 7000여 점이 인양되어 당시 해상무역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이 배의 인양품 2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약 25%에 달하는 6000여 점의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다. 중국 각 지역에서 제작되어 선적된 청자와 청백자, 흑유자, 도기 등이 가득한 압도적 공간이 펼쳐지고, 아울러 14세기 동아시아 상류층이 향유한 기호(취향)-차와 술, 양화, 향문화 등-가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편 1층에서 음악이 울리는 곳은 디지털 아트존이다. 이곳에서는 한국 도자기와 지역의 대표 자연경관을 융합한 콘텐츠 영상이 상영 중이다. 웅장한 음악과 아름답고 화려한 60m 초대형 파노라마 영상이 관람객을 매료시킨다. 향후 신안해저 도자기를 비롯해 도자기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여 관람객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아직 ‘도자문화관’의 인지도는 높지 않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국립광주박물관은 도자문화관을 기반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도자기는 물론 세계 도자문화 연구의 거점이 되고자 한다. 도자기 분석이나 연구, 체계적인 아카이빙, 세계 석학들과의 교류 등 국가기관에서만 수행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을 맡아 도자기에 담긴 인류의 기록을 연구?수집해 나갈 것이다. 또한 도자문화의 전통이 오늘날과 연결되어 현재의 문화가 될 수 있도록 그 길을 견인하고자 한다. 최근 7만여 명이 다녀간 ‘어린이 도자 축제’와 같은 시민 참여 프로그램뿐 아니라 지역 예술가 지원, 올 10월 23일~24일에 개최하는 ‘신안해저선 발굴 5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등과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향후 100년을 내다보며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켜켜이 쌓아온, 쌓아갈 성과들이 바탕이 되어 국립광주박물관은 도자문화의 허브로서 마침내 세계 중심에 서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김희정 gn@gwangnam.co.kr
김희정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6.25 (목) 1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