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무석 극장이 보여준 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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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스무석 극장이 보여준 큰 세상

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벽 한가득 빼곡히 붙은 메시지가 눈에 들어온다. 일본 도쿄 타바타 지역에 자리한 시네마 추프키 타바타를 다녀간 관객들이 남긴 글귀들이다. 극장은 20석 남짓한 공간이지만, 그 문장들이 품은 마음은 결코 작지 않았다.

이곳은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마음 편히 영화를 보는 경험을, 또 누군가에게는 ‘함께 본다’는 감각을 새롭게 선사한 곳이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발달장애인과 어린이, 고령자까지 배려한 상영 환경은 영화관이 단순히 영화를 틀고 감상하는 장소가 아니라, 모두가 같은 시간을 나누는 문화예술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거창한 구호보다 섬세한 실천이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안내를 미리 준비하고, 불편함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고, 서로의 관람 방식을 방해가 아닌 다양성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작은 극장이지만 그 안에는 배리어프리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은 풍경이 있었다.

이 공간의 존재는 곧 부러움으로 남았다. 최근 몇년 사이 문화예술계에는 배리어프리 전시와 공연, 영화 등 다양한 행사가 늘고 있지만 대부분 특정 기간에만 열리는 일회성에 그친다. 누구나 마음 놓고 찾을 상설공간이 부재하다는 이야기다.

작은 문 앞에서 떠올린 것은 전남광주의 미래였다.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는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누구나 머물 수 있는 전시장, 함께 박수칠 수 있는 공연장, 아무런 설명 없이도 편안히 들어설 수 있는 극장이 늘어날 때 그 이름은 단단해진다.

등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상설 공간이 늘어날 때 그 이름은 더 단단해질 터다. 배리어프리 문화예술공간은 특정한 누군가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서로 다른 감각과 속도를 가진 시민들이 함께 머물며, 보이지 않는 문화가 누구의 것인지 다시 묻는 공간이다. 전남광주 곳곳에도 그런 작은 문이 열리기를 바란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정채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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