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MBC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보이콧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의 형국으로 접어들고 있다.
당장 정기국회 첫 일정인 대정부질문은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교섭단체 중심으로 진행된다.
또 4일 표결 처리 예정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필두로 각종 법안 처리에 차질이 예상돼 당분간 국회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현재까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같은 보수야당 바른정당이 만에 하나 한국당의 보이콧에 가세할 경우 사태는 겉잡을 수 없게 된다.
다만 한국당도 정기국회 보이콧에 대한 ‘역풍’이 우려되는 데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차별화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어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공영방송 사장을 체포하는 작태는 군사정권에서도 유례없었던 일이고, 우리가 지켜야 하는 자유민주주의 파기”라며 “이제는 인내심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에서의 첫 정기국회에서 ‘전면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를 제어하지 않으면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서 계속해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국민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송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할 경우 대국민 여론전에서 밀리고, 결국 지지율 회복도 요원해질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정부·여당은 그러나 적폐청산의 기치 하에 ‘방송 개혁’을 중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당분간 여야는 접점 없는 극한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여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방송의 공정성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보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명분으로 강도 높은 개혁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자유한국당이 MBC가 정상화 될 때까지 정기국회를 보이콧한다니까, MBC를 빨리 정상화 시키겠다”고 밝혀 방송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방송 개혁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가 사장이 됐으면 한다”면서 방송법 개정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공영방송 문제뿐만 아니라 협치를 가로막는 암초들은 널려 있어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되더라도 이번 정기국회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입법 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당은 이를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고 결사저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전초전 성격이 강해 여야 모두 물러서지 않을 심산이다.
민주당은 지난 정권 내내 큰 폭으로 증가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을 비롯해 예산 심사에서부터 전 정권의 그림자를 걷어내겠다는 방침이다.
또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을 상대로 증세를 하고, ‘문재인 케어’를 실현하기 위한 법안 등을 발의했다.
반면 야권은 증세에 대한 신중론을 견지하며 예산 심사에서는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 정책’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이고, 유류세·담뱃값 인하를 핵심으로 하는 ‘서민 감세’를 주장하고 있다.
이성오 기자 solee23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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