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택 전남대 총장 "미래 100년 꿈·이상 담은 청사진 그려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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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초대석

정성택 전남대 총장 "미래 100년 꿈·이상 담은 청사진 그려낼 것"

[광남초대석]
거점대학 본분·역할 충실…지역사회와 연대 필수
나주혁신도시 공기업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운영
여수·광주 산학융합캠퍼스 현장밀착형 인재 양성

정성택 제21대 전남대학교 총장이 “거점대학 본분과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학교 구성원, 지역사회와 약속한 많은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지역과 국가의 많은 응원과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관심과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취임 첫날, 그는 학교 정문을 통해 ‘민주길’을 걸어서 출근했다. 코로나19를 이기기 위해 마스크를 썼는데, 40년 전 신입생일 때 마스크를 써야 했던 그 길이었다. 1980년 그날은 민주·인권·정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많은 희생이 동반됐던 때였다. 정성택 제21대 전남대학교 총장은 “오늘의 마스크도 그날의 의미와 같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보건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들이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스크인 듯하다”고 말했다. 총장으로서 첫 출근은 이 시대에 대학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이 정문을 통해 걸어 들어올 학생들이 미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대학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첫 걸음이었다. 그리고 5·18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방명록에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인을 위해 더 강하고 품격있는 대학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인사차 방문한 여러 기관·단체에서는 지역 현안에 대해, 또 전남대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에 대해 조언을 들었고, 대학의 위상 제고와 명예를 더욱 빛내달라는 당부도 받았다. 최근 대학본부 집무실에서 만난 정 총장은 “학교 구성원, 지역사회와 약속한 많은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지역과 국가의 많은 응원과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 급변하는 시대에 대학의 본질과 총장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대학은 미래세대 주인공들이 가야할 길을 생각하며 시대정신을 구현해야 한다. 앞선 지식과 집단 지성으로 역사의 흐름을 꿰뚫고, 창조적 비판을 통해 국가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교수는 진리를 추구하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에 봉사해야 하고, 학생은 전공지식과 공동체 정신을 배우며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구현하는데 공헌한 전남대는 전통적으로 잘 갖춰진 시민적 덕성을 바탕에 두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남대가 진리를 추구하는 지성의 요람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총장은 대학 경영자이고, 교육 행정가이며 교육연구자이다. 경영은 효율을 추구하고 행정은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교육과 연구는 평생을 해왔지만, 경영과 행정은 혼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 의사결집이 뒷받침돼야 한다.

겸손과 절제로 소통하고 연대하겠다. 진리를 추구하고, ‘공동선(共同善)’을 지향하기 위해 소통의 장을 열고, 구성원과 함께 최선의 의사결정을 도출하겠다. 시대를 선도하는 가치와 정신을 계승하겠다. 우리 대학이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 인간 존중의 대의, 민주와 인권의 가치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실천 철학의 본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학문의 기본과 대학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어떤 외부 충격과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유연하면서도 튼튼한’ 전남대를 만들어가겠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거점대학의 본분과 역할에 충실하겠다. 우리 사회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시대를 선도하는 리더가 되겠다.



-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상적인 대면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상 초유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안전한 교육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 1년간 우리 대학에서는 다행히 자체 발생한 감염증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

강의실과 실험실습실은 물론 식당까지 비말차단 가림막을 설치했다. 얼굴인식시스템 등 건물 출입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시설도 갖췄다. 이미 원격수업 강의실을 200여개나 구축했고,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온라인 비대면 시험 플랫폼까지 자체 개발해 운영에 들어갔다. 줌(ZOOM), 에버랙(Everlec) 등 화상강의 솔루션을 확보했고, 학내 와이-파이(Wi-Fi) 음영지역을 완전 해소하는 등 전산·통신 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강의 방식도 온라인시대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수업은 △실시간 화상강의 △사전 녹화된 동영상 강의 △소수 대면 강의 등을 혼합 운영하도록 했다. 또 질의응답과 토론 등 교수-학습 상호작용을 유도해 원격수업의 약점을 보완하도록 했다.

수업의 질을 개선해나가기 위해 수업평가 기회를 2회로 늘려서 학생들의 의견이 수업에 곧바로 반영되도록 했다. 제작한 지 3년이 넘은 콘텐츠는 원격수업운영위원회의 평가를 받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시험기간을 2주로 늘리고, 집중보강기간을 운영하며, 성적 평가방법도 변경했다. 학생들의 수업만족도와 교원들의 교육 콘텐츠 품질 향상을 위해 ‘e스튜디오’에서 영상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콜센터를 통해서 원격수업에 대한 애로사항을 즉각 해결하도록 대응하면서 온라인시대 원격강의 환경이 안정화돼 가고 있다.



- 거점국립대로서 전남대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현재 거점국립대는 서울대를 포함해 전국에 10개 대학이 있다. 거점국립대는 일반 대학과 달리 해당 지역에서 대학의 역할모델이 돼야 하는 동시에 국가균형발전의 한 축을 맡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거점 국립대는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형평성 있고 포용력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의무 중 하나다. 또 다양한 학문적 생태계를 유지해야 하고 평생 학습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간의 연대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남대는 우선 지역 내 고교들의 교육 안정화에 기여하고, 지식과 과학기술을 지역사회에 이전하며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해 나가고자 한다. 또 지역민들에게는 문화, 예술, 체육, 역사, 교양의 샘이자, 평생교육의 젖줄 역할을 하고자 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국가정책선도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가치 창출에 공헌하고자 한다. 특히 어린이집에서부터 초-중-고-대학, 그리고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주기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 모든 분야에 걸쳐 연구하고 교육할 것이다. 이는 교육복지에 대한 국가적 균형을 유지하는 사명의 완수이기도 하다.



-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정시 경쟁률이 크게 하락했다. 특히 하위권 대학들이 치명상을 입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전남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대책은 있는가.

△입학생들의 중복지원 횟수를 감안하면 지원경쟁률이 적어도 3:1은 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 대학의 올해 정시 모집 경쟁률은 2.7:1에 불과했다. 앞으로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극심한 수도권 편중현상 때문이다.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2023년까지 정시 수능위주 전형을 40%이상 확대해 나갈 것 같다. 또 지역균형전형 모집을 10%나 확대한다고 하니 지역 학생들에게는 ‘인 서울’의 기회가 넓어지겠지만, 지방대학들에게는 더 큰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남대는 여타 대학들과 다른 특수성이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경고등이 켜졌다고 봐야한다. 문제의 원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필요로 하는 학문을 제공해야 한다. 전남대는 이미 AI융합대학을 개설한데 이어, 6개 첨단분야 학과를 신설했다. 조기취업형계약학과도 만들고, 여수와 광주에 산학융합캠퍼스를 열어 현장밀착형 인재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공동학위제도 필요하다.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의 대학들과 온라인 ‘복수 학위’나 ‘공동학위 과정’을 개설해야 한다.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광주·전남지역 대학들이 연대해야 한다. 거점대학 간에도 이같은 협력을 통해 공통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온라인 시대인 만큼 원격 공동수업도 늘려야 한다. 전남대는 이미 거점국립대들과 19개 교과목을 공동원격수업으로 운영하고 있고, 서해안권 대학들과 6개 교과목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 연세대, 포항공대 등 사립대를 포함한 전국 9개 대학과도 현재 4과목의 원격수업을 함께 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대학의 자율성이 확대돼야 한다. 지나친 규제와 제약은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천편일률적인 단순지식전달기관으로 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의의 경쟁 속에 역할과 기능을 분담하는 구조로의 재편이 뒤따라야 한다.



- 모든 대학들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전남대만의 특화된 전략은 무엇인가.

△1980년대 고등교육의 수혜자는 20%였다. 산업화와 맞물려 대학을 나오면 자연스레 취업이 보장되는 시대였다. 지금은 대학이 고등교육이 아닌 일반교육 기관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문연구에 대한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취업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가치가 된 것은 틀림없다. 전남대의 취업률은 통상 6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분명 다른 거점국립대학들에 비해서는 선두권이다. 하지만 전문직인 의·치·약학, 간호, 수의대 등이 수치를 받쳐준 덕분이다. 그러더라도 만족스럽지 못하기는 모두가 마찬가지다. 그래서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융합인재교육원’을 설치해 학생 취업에 대해 개별 맞춤형 교육, 취업 지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조기에 진로를 설정하고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진로설계 교과목을 개설하고, 상담시스템도 구축해 지원하고 있다. 단과대학별로 취업지원관을 배치해 학생들을 직접 찾아서 취업 지도를 하고 있다. 전문 컨설턴트들이 1:1 맞춤형 전문상담도 하고 있다.

요즘 우리 지역 대학 졸업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나주혁신도시 공기업 취업을 위해서도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과 업무협정을 맺고 오픈캠퍼스를 운영하면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의 채용패턴 변화에 맞춰 온라인 인·적성검사나 인공지능 면접과 같은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더 확장해 나가겠다. 국내 유명 IT 기업과 해외 취업 범위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총장 재임기간 특히 어떤 사안에 중점을 둘 생각인가.

△우선, 전남대 미래 100년의 꿈과 이상을 담은 ‘청사진’을 그려낼 것이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미래전략정책실’을 중심으로 섬세하고 세밀한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학사개편에 나설 것이다. 새로운 비대면 수업 방식을 강구하고 질의응답과 토론 교육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대면 수업이 불가피한 실험실습 진행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 ‘교육혁신 플랫폼’을 통해 이뤄낼 것이다.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독보적인 지위를 공고히 다질 것이다. 전남대는 전국 400개 대학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으로서는 유일하게 연구비 수주 10위 안에 든다. 아이템 발굴에서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연구의 전 주기를 두텁게 지원해 연구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 학생들의 취·창업 전진기지가 될 ‘캠퍼스 혁신형 산업단지’를 유치하고, ‘지역혁신플랫폼사업’을 통해 지역의 교육과 지적 자산을 공유하며 인재 양성과 지역 특화산업 발전에 기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학문과 예술의 향이 넘치는 캠퍼스를 만들고, ‘대학타운형 도심재생사업’을 캠퍼스와 연계시켜 대학 인접지역이 젊음의 열기로 가득한 문화스포츠콤플렉스가 되도록 준비하겠다. 원활한 소통과 투명한 행정으로 신뢰받는 직장문화를 꽃피우겠다.



- 끝으로 대학 구성원과 광주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전남대는 1952년 개교했다. 전쟁을 치르느라 국고도 부족한 상황에서 개교에 필요한 많은 재원을 지역민이 감당해 주셨다. 우리는 항상 지역사회에 무한책임을 지고 있다는 자세로 국가 동량을 양성하고, 지역 인재를 배출하며, 지역 현안에 대해 역할을 다하려고 하는 이유이다. 더구나 우리 대학은 국가거점국립대로서 지역은 물론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띠고 있다. 앞으로 전남대가 보유한 과학기술, 풍부한 인프라 등 많은 자원을 지역과 나누겠다. 대학 구성원은 물론이고 지역민 모두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는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로 거듭날 것이다. 광주·전남 시도민의 사랑 속에서 더 강하고 더 품격있는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관심을 부탁한다.


프로필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아시아문화원 정책자문위원

△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회장

△전남대학교 학생처장

△대한골관절종양학회 회장

△광주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전남대병원 기획조정실장
김인수 기자 joinus@gwangnam.co.kr        김인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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