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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라 대표는 “안무자이자 단체 대표로 제자와 후배들을 끌어주고 현장에서 뛰고 호흡하면서 무용수 입장에서 활동하는 대표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
이는 전국무용제 광주시 예선이자 제31회 광주무용제에서 대상을 거머쥔 댄스컴퍼니 썬 앤 프렌즈(Sun&Friends)의 ‘인테그랄’(Integral, 안무 선유라) 무대다. 썬 앤 프렌즈는 이 무대로 대상과 안무상, 연기상을 수상하며 3관왕을 차지했다.
인테그랄은 적분기호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것들을 더한다는 의미다. 그 결과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적분기호에 빗댄 이들의 무대는 나와 사회,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관계를 표현한다. 전체를 구성하는, 빠져서는 안되는 필수 요소들이 모이고 모여 완전체가 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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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그랄’ |
“수직과 수평, 플러스와 마이너스 등 무대에 기호적 대형을 접목한 게 주효했죠. 작품의 주제와 무대가 따로 놀지 않도록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무대 구성에 굉장한 공을 들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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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그랄’ |
“썬 앤 프렌즈는 ‘선유라와 아이들’이라는 뜻이에요. 스승과 제자, 대표와 단원이라는 수직적 관계를 떠나 젊은 무용수들이 함께 활동하는 것을 통해 차세대 무용수나 안무가가 더욱 많이 배출됐으면 하는 마음에 창단했죠.”
조선대 무용과를 나온 그는 견문을 넓히기 위해 대학원을 서울로 진학, 세종대 공연예술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현재는 박사학위를 수료한 상태다.
그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틈틈이 광주를 오가며 광주현대무용단에서 주역을 맡아 무대에 섰다. 그가 무용수로 무대 위에서 열연을 펼친 작품은 2014년 ‘중국 산시성’과 2015년 ‘신심청전’, 2016년 ‘우리랑’ 등이다. 광주현대무용단에서 무용수로 춤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그는 사업 기획과 진행 등 크고 작은 일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무용수에서 지도위원, 안무가로 보폭을 넓혔다. 석사를 마쳤을 때쯤 광주로 완전히 내려와 2017년 모교인 조선대에서 강의를 하게 되면서 춤을 추는 무용수에서 춤을 지도하는 입장이 됐다. 강의를 하며 후배들을 이끌면서도 그는 가슴 속에 늘 춤을 향한 불꽃을 품고 있었다. 무대에 서서 ‘나의 춤을 추고 싶다’는 갈망이 곧 댄스컴퍼니 창단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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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시간’ |
작품성에 중점을 둔 무대는 무용제에서 펼친 것처럼 차근히 쌓아온 실력을 선보이는 데 주력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무대는 클래식부터 팝까지 귀에 익숙한 곡들에 현대무용 퍼포먼스를 결합한 것이다. 이를 위해 매년 ‘현대춤페스티벌’이라는 기획공연을 마련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 광주시립예술단인 시립발레단이 주도해 시민들이 발레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보면 됩니다. 한국무용 역시 접할 수 있는 무대가 많은데 비해 현대무용은 설 수 있는 무대 자체가 많지 않죠. 공연이 적으니 익숙함도 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현대무용 퍼포먼스를 기획하게 된 거예요.”
썬 앤 프렌즈 창단에 앞서 선 대표가 2015년 기획한 젊은작가창작지원 ‘모두가 하나되는 Sun&Friends’, 2017년 청년예술인창작지원 ‘Sun&Friends와 함께하는 현대무용페스티벌’이 쭉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대를 본 사람들이 들려주는 감상평이 댄스컴퍼니 창단에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전 평가받는 게 좋습니다. 내 능력치가 어디까지인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며 또 다른 제 능력을 발견하고 싶은 거죠. 나이나 무대는 상관없어요. 작품을 하고 싶으면 도전장을 내미는 스타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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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온도’ |
이처럼 다양한 공연은 선 대표의 메모에서 비롯된다. 그의 메모하는 습관이 무대를 꾸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대를 앞두고 주제나 무대구성을 고민할 때면 이 메모들을 꺼내보곤 한다. 문득 문득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적어둔 것들을 조합해 빈 행간을 채운다.
“운전을 하면서 신호대기 중에 서 있는 차들을 보며,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 등에서 ‘무대 구성을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요. 평소 생각한 것들을 메모하기도 하구요. 아무 것도 아닌 것들에서 영감이 찾아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 생각이 안나서 꾸준히 메모하고 있죠. 언젠가는 이 메모가 소진되겠지만 차곡차곡 모으고 있어요. 벽에 부딪칠 때는 정혜경 (사)대한무용협회 광주시지회 고문, 임지형 조선대 교수,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이복선 스텝스무용 원장께 조언을 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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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전국무용제’ 출전을 앞두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댄스컴퍼니 썬 앤 프렌즈 단원들. |
마지막으로 그는 무용수이자 안무가, 대표라는 역할을 해내며 광주 현대무용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스스로 무용수로서 최고치를 달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무대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죠. 그걸 단체를 통해 풀어내면서 안무자이자 단체 대표로 제자와 후배들을 끌어주고 싶어요. 에너지를 비축해서 무용단의 무대에 모두 쏟아야죠. 현장에서 뛰고 호흡하면서 무용수 입장에서 활동하는 대표로 남고 싶습니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정채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