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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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

[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소감

유연한 비평 위해 말랑말랑한 정신 유지 노력
김상범

김상범 평론 당선자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당선되었다는 전화를 받은 순간부터 당선 소감을 작성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안이 벙벙하다. 이러한 기쁨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이 기쁨을 설명하기보다는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어떤 비평가가 되고 싶은가? 작품을 사람들의 안온한 의식의 지층을 뒤흔드는 ‘지진’으로서 하나의 ‘사건’이라고 본다면, 나는 평론이 이와 같은 ‘지진파’를 이성의 언어로 번역하는 ‘지진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진계를 통해 지진파의 속도와 성격, 지진의 규모 등을 알 수 있듯이, ‘사건’으로서의 작품이 어떤 전대미문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일반 독자에게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이 비평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나는 좀 더 민감하고 정확한 지진계와 같은 비평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이와 같은 민감한 지진계가 되기 위해서는 인식의 유연성과 정확성이 요구되며, 이러한 인식의 유연성과 정확성을 갖는 것은 끊임없이 의식의 관성을 깨뜨리고 정신의 말랑말랑함을 유지해야 가능하다.

그동안 많은 방황과 모색이 있었다. 과학고와 대학 수학과를 나와 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신춘문예에 응모하는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이러한 다양한 영역의 횡단을 통해 나는 나의 딱딱한 앎의 체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많이 겪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이러한 지적 방황이 의미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가 내가 문학비평을 하는 데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더 나아가 ‘정신의 말랑말랑함’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결국에는 편협한 사고를 벗어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나의 포부는 지나치게 거창하지만 신인의 치기 어린 패기로 보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당선이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원고를 ‘가능성’을 보고 뽑아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의식이 딱딱하게 굳지 않도록 더 많은 작품을 정확하게 읽고 더 많이 지적으로 방황하는 비평가가 되어야겠다.







●약력

△서울 출생 △포항공대 수학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단행본 ‘들뢰즈의 이념적인 놀이’·‘현대철학과 코뮤니즘’·‘기호와 현대철학’·‘보드리야르 연구’·‘철학은 주사위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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