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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래(문학평론가·광주대 교수) |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영화 비평이 우세했다. 허필은의 ‘욕망의 나에서 공감의 너와 나’로는 ‘너와 나’에 관한 다정하고 섬세한 분석이 인상적이었으되 공감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소 상식적인 논의로의 귀결이 아쉬웠다. 허병민의 ‘동상이몽의 논리 안에서 꿈으로의 탈주-오아시스론’은 ‘오아시스’에 관한 파격적인 해석이 돋보였으나 그것이 정작 무엇을 위해 제기된 것인지가 다소 불분명했다. 김윤희의 ‘그녀는 도대체 왜-영화 잠 돌아보기’는 간결하고 안정된 문체와 영화에 관한 정교한 분석, 비평이론의 적절한 활용 등에 있어서 장점이 두드러졌다. 다만 ‘잠’에 관한 기존의 일반적인 논의로부터 얼마나 거리를 두고 새로운 관점을 제기하고 있는지가 의문시되어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손에서 내려놓게 되었다. 이어진의 소설 비평 ‘잊고, 쓰고, 기억하고, 해피엔드-임솔아, 초파리 돌보기를 중심으로’ 역시 탁월한 문체와 오늘날 여성의 현실에 관한 문제의식, 텍스트에 관한 세심한 분석이 돋보인 완성도 높은 비평이었다.
하지만 임솔아의 소설을 ‘여성적 글쓰기’로 규정하는 논리의 근거와 구조가 기존의 페미니즘 비평의 일반적인 담론을 답습하는 감이 없지 않았다. 이상 거론한 투고작들은 나름의 장점이 뚜렷하고 비평으로서의 완성도가 우수했다. 와신상담하여 약점으로 지목된 부분을 보완하기만 한다면 여타 비평 관련 지면이나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한 글이었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김상범의 ‘모름의 형이상학-서이제론’은 발군이었다. 들뢰즈를 중심으로 한 서양 철학·비평이론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서이제 소설의 중요한 특징과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규명해 내고 있었다. 문제의식 및 논의를 위해 필요한 개념을 설정하고 밀어붙이는 강단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간명한 문체 역시 돋보였다. 이론적 논의가 우세한 데 비해 텍스트에 대한 검토와 분석이 다소 부족하고 기존 서이제 소설 관련 논의로부터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에 관한 의문이 들긴 했으나 이러한 아쉬움을 압도적으로 상쇄할 정도로 앞서 열거한 장점과 가능성이 두드러지는 비평이었다. 당선을 축하한다. 아울러 아쉽게 기회를 얻지 못한 여러 투고자께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