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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백순(아동문학가) |
130여 편을 읽고 또 읽다 보니 십여 편으로 간추려졌고, 십여 편은 다시 서너 편으로 좁혀지다가 마침내 당선작이 보였다.
당선작인 ‘왕발 거인’은 지하 방으로 이사한 오누이가 겪은 세상 이야기다. 둘은 겨우 사람들 발밖에 보이지 않는 동굴 같은 집에서 창문 밖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신발 구경을 하기도 하고, 헌 벽지에 마음껏 그림을 그리며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로 집에 물이 차오르고 지하 방의 오누이에 관심을 두고 있던 거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왕발 거인은 힘들고 소외된 이웃에게 갖는 우리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따뜻하게 밝혀주는지 말해준다.
우리는 매년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에 관한 뉴스를 접해봤을 것이다. 집이며 살림살이들이 흙탕물에 엉망이 되고, 양동이와 쓰레받기로 물을 퍼내는 장면들을 떠올리면 이 동화는 실제로 있었던 일을 옮겨놓은 듯한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동화는 제목이나 처음 몇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어린이 독자의 호기심을 잡아야 하고, 그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사건의 구성이 탄탄해야 한다. 특히 판타지 동화에서는 리얼리티, 그럴듯함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톡톡 튀는 소재의 이야기일지라도 그저 공상에 불과하다. 그런 부분에서 아쉬웠던 작품들이 많았으며, 공모 요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작품들도 여럿 있었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작품들은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길을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면 뜻하는 바를 반드시 이루어낼 것임을 믿기에.
당선자에게는 아낌없는 축하를, 아쉽게 수상하지 못한 분들에겐 앞으로도 기회가 있음을 잊지 말고 정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