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소감
검색 입력폼
문학/출판

[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소감

"지구력 갖춰 좋은 결실…위안의 시 쓸터"
송상목

송상목 시 당선자
마지막 투고였다. 송부하면서 직감했다. 왠지 될 것 같다고.

진짜로 됐다.

올해만 이십여 곳은 되는 신문사에 신춘문예 작품 투고를 했다. 이만하면 됐다. 하고 쉬려 했다가 여전히 시가 쓰고 싶어서 계속 썼다. 그러다 새로이 다섯 편이 모였는데, 안 보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투고를 또 한 것이었다. 그게 당선되었다.

짙게 눌어붙은 열정이 읽혔기에, 그를 높이 사 졸고를 집어 들어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당선 소감을 쓰며 백여 일간 쓴 시들을 돌아보았다. 일상에 뿌리 박은 것이 많았다. 내가 이렇게 소박한 사람이었나. 놀랄 정도였다. 이어서 든 생각이 하나 있었다. 나와 우리가 오늘날 필요로 하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현실 논리에 치여 자신을 마모시켜 가며 살아가는 사람들, 내 눈은 그런 이들의 삶과 감정에 향해 있었다.

앞으로 얼마간은 그들과 같이 아파하고, 슬퍼하고, 웃다가 절망하고, 절망에서 끝마치지는 않는 시를 쓰게 될 것 같다.

그리하여 첫 시집은 위로의 시집이 되지 않을까 한다. 지금 여기에서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이들을 위한.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위안을 가져다줄 시.

사는 동안 되도록 많은 사람을 끌어안아 주고 싶다. 타자가 나의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순간은 언제나 감격스럽다.

처음은 우리를 보듬는 것으로, 이후는 바깥에 놓인 이들을 끌어안는 것으로. 그게 현시점의 목표이다.

우리가 계속해서 넓어지고 다양해지면 좋겠다. 지금 우리는 너무 좁아서 숨이 막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가능성에도 눈을 돌려보는 게 좋지 않을까. 각박해지지 않고, 진정한 나를 없애는 삶에 매몰되지도 않고.

결코 홀로 살 수 없는 나는 감사드릴 분이 많다.

우선 좋게 봐주신 심사위원께 감사드립니다. 근면히 쓰겠습니다.

한 학기 동안 시를 알려주신 박주택 교수님께도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소설만 읽던 놈인데, 처음으로 시의 길에 들어서고 난 뒤 시에 미쳐서 매일 쓰고 또 쓰다 보니 덜컥 뽑혀 버렸습니다.

여기 이름을 나열하지 못한 교수님들, 그리고 초중고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학교에서 배워온 내용과 전달해주신 가치관이 톡톡히 발해 시 세계가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함께 달려준 경희랑달리기 크루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지쳐도 끝까지 가는 지구력을 갖추어 좋은 결실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다음 학기에도 맛있게 먹고, 잘 자고, 몇 킬로미터고 같이 달립시다.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혹시 나 말하나 싶으면, 그래요, 너 맞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우리 가족. 누나와 형, 그리고 매일 고생하시는 우리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미흡한 제게 특별하거나 위대한 면이 있다면 그건 모두 어머니에게서 온 것일 것입니다.

여태 지나온 슬픔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모리(森)라는 이름을 가졌던 슬픔에게는 미안하다는 말도 꼭 하고 싶습니다.

이번 당선의 영광 전부를 어머니께 돌립니다.







●약력

△충남 당진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