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희덕(시인·서울과기대 문예창작과 교수) |
황주현의 ‘꼬리라는 과거’ 외 4편은 어떤 형상이나 현상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그로부터 삶의 구조와 원리를 이끌어내는 시편들입니다. ‘무게의 중심’ ‘삐딱한 수평’ ‘꼬리라는 말’ ‘여름의 회로’ ‘별의 동선’ 등 힘의 역학관계를 새롭게 읽어내고 배치하는 사유가 흥미롭고 정밀합니다. 다만, 발상을 풀어내는 방식과 길이가 비슷해 일정한 틀에 갇혀 있다는 인상과 설명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준영의 ‘액체의 신’ 외 4편은 전체적으로 서사적 구성과 산문적 호흡을 취하고 있지만, 시적 긴장감을 잃지 않고 리드미컬한 언어로 은유적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시편들입니다. 특히, 세계의 질서나 사회적 시스템에서 배제된 인물들이 되새김질하는 고통의 감각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비약이나 어색한 표현, 불명료한 부분들이 있어서 전달력이 다소 떨어지는 듯했습니다.
송상목의 ‘감정 일기’ 외 4편은 간결하고 투명한 언어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탐구하고 펼쳐 보여주는 시편들입니다. 소품에 가까운 시들이 섞여 있긴 했지만, 다섯 편 모두 군더더기 없이 인상적인 내면풍경을 완성해내는 솜씨나 감각을 지니고 있어서 기본기가 충실하다는 믿음을 갖게 했습니다. 당선작으로 뽑은 ‘감정 일기’ 역시 천진하고 해맑은 표정 속에 삶의 음영을 풍부하게 새겨넣는 조형력이 돋보입니다. 감정을 인간의 심리적 부산물이 아니라 독립된 행위의 주체로 다루는 태도가 신선했고, 무심한 듯 건네는 말들에 묵직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러한 섬세한 감정 연구가 앞으로 더 큰 세계에 대한 탐구와 치열한 수행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