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공격을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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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관계 공격을 하는 아이들

황한이 학교폭력예방교육센터 대표

황한이 학교폭력예방교육센터 대표
[특별기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는 사람은 누구나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유지하면서 살아간다는 말이다. 관계공격은 타인의 사회적 관계나 지위에 손상을 주기 위한 의도적 공격을 말한다. 이러한 관계공격은 누군가의 관계형성과 유지하는 시스템을 공격하는데 목적이 있으며, 직접적으로 나타나기보다는 은밀하고 교묘하게 간접적으로 공격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학급에서 관계공격은 주로 괴롭힘과 따돌림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은밀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증명하기도 어렵다.

괴롭힘의 은밀한 형태는 대부분 친했던 친구로부터 시작된다. 갑자기 눈도 마주치지 않고, 툭치고 가거나 어깨빵을 하고,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않는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난 그런적 없다’고 답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일이 반복돼 더 이상 견디기 힘들게 되면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서로 간의 오해를 풀도록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기대한 것과 다른 방식과 답으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오해라고 말하기도 하고,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해’라고 말도 하지만, 정작 행동은 달라지지 않는다.

따돌리기의 형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지만, 친구들이 나에게 이해되지 않는 요구를 하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너 ○○랑 놀면 절교야’, ‘우리랑 놀려면 ○○책을 다 읽고 와’ 등등.

어떤 경우에는 반 아이들 중 한명을 제외하고 단톡방을 만들고, ‘생일파티 초대된 친구들의 대화방이야’라고 말하며, 상대방만 초대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친했던 친구가 사이가 나빠지면 ‘누구랑 사귄다더라’, ‘누구랑 다퉈서 헤어졌다더라’ 등의 소문을 내며 뒷담화를 해댄다. 더 나아가 SNS에 저격글을 올리거나, 심리적으로 조정하고 압박하려고 가스라이팅을 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은밀한 형태로 나타나는 다양한 표정과 몸짓·손짓, 말투를 동반한 형태의 괴롭힘과 따돌림은 쉽게 알아내기 힘들다.

관계공격을 하는 아이들은 교사가 있는 곳에서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듣고 착한 아이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교사는 그 행동을 알아채기도 어려워 실제 벌어지는 상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위계적인 학급의 경우 또래 괴롭힘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교실의 아이들은 응집성이 낮은 경우가 많고, 부정적인 정서를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더 나아가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짚어보며 상대의 잘못된 행동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자책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알게 된 부모들은 대부분 ‘너 할 일이나 해라’, ‘무시해라’, ‘학교에서는 공부만 해라’, ‘못들은 척 해라’ 등 일방적 충고를 하곤 한다. 그렇게 되면 자녀는 누구에게 이야기를 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 포기하기가 쉽다.

관계 공격을 당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배제되고 외톨이로 지내게 되면 등교하는 것도 두려워질 수 있다. 그나마 학급에서 같이 다녀 줄 친구 한명, 중심을 가지고 버텨주는 교사 한명이라도 있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한가닥 희망사항일 뿐이다.

학급 풍토나 규범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 같다. 학교폭력 사안처리과정에서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교사의 개입이 빠져있는 현 시스템에서, 관계 공격을 당하게 되는 학생은 신체적으로 상처를 입는 것 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우리 아이들을 오랫동안, 자세히, 사랑스럽게 보아주는 부모님이, 선생님이,사회의 따뜻한 눈길들이 더욱 절실해지는 쌀쌀한 가을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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