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과 빈곤 문제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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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숙인과 빈곤 문제에 관심을

윤종철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장

윤종철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장
[기고] 올해 여름 유난히도 더웠고 길었던 여름. 추석이 지나고서도 더위가 이어졌고 많은 사람이 힘들어했다. 비주거시설인 모텔, 여관, 여인숙, 고시원 등 작은방에서 낡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여름을 보내시던 거주민들. 유독 길고 힘든 여름이었다.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는 지난해부터 광주 동구청과 함께 비주거시설 거주민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다. 그면에는 광주시청과 동구청의 지원으로 쪽빛상담소를 개소해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하면서 마음을 같이 했다.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도 개소해 점심 식사, 빨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쪽방수호대, 골목대장을 운영하면서 마을을 돌보고 이웃을 돌보는 사업도 진행했다.

2년여 사업을 진행하면서 광주 전체적인 비주거시설에 대한 빅데이터와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광주시청 관계자분들, 광주시의회와 함께 논의했고 광주 전체적인 비주거시설 거주민 실태조사를 광주사회서비스원과 함께 했다.

관계기관과 함께 936세대의 데이터 선별작업을 하여 584세대에 대해 실태조사를 했고 대상자의 편의성 확보를 위해 그분들이 원하는 방법과 시간을 결정해 대면 그리고 전화상담을 진행했다. 7월부터 10월까지 실태조사를 했고 지난 12월 2일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남자, 50대, 1인 가구, 모텔, 고시원, 치과, 사회적 관계실태조사의 결과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단어이다. 특히 1인 가구는 99%에 이른다.

정책토론회의 좌장은 박미정 광주시의원, 주제발표는 이선미 광주사회서비스원 정책실장, 토론자로는 장민철 전국쪽방상담소협의회장, 김지은 전남대학교 교수, 김준희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박영숙 광주시 생활보장팀장이 참여했다.

비주거시설 거주민의 복지 및 생활 안정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지원 전담 조직 확대 운영, 사례관리 시스템 마련, 주거권 보장, 일자리 지원, 의료 지원, 식생활 지원, 정신 건강 증진 등이 논의됐다.

그리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주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도 같이 표했다.

‘당사자에게 묻기’는 사회복지사업의 핵심이다. 기관이나 사회복지사 위주의 정책이 아니라 그분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조율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한 번도 그분들께 묻지 않았다. 그냥 있다는 존재만을 희미하게 생각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서로 어울리면서 희로애락과 생사를 같이한다.

2년여 동안 비주거시설 거주민들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듣는 이야기 중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같이 이야기도 하고 식사도 할 수 있어서 좋다’, ‘우울증이 없어졌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함께하니 좋다’였다. 물론 취중에 소란을 피우거나 사회복지사께 폭언 등을 행사하는 분들도 가끔 계시지만.

정책토론회 토론자로 참석한 장민철 전국쪽방상담소협의회장의 토론문을 보면 ‘토론에 앞서 쪽방 등 비주거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광주시의 관심과 노력에 같은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로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번 정책토론회를 위한 실태조사의 과정, 전국쪽방상담소를 통한 현황분석 등 광주의 노력을 옆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이번 토론회가 비주거시설 거주민을 위한 지원에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을 끌어내리라고 본다’란 내용이 있다.

늦었지만 함께 시작해 주신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내용들을 잘 꿰어 실현가능한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아무리 좋은 연도 실이 있어서 끌어줘야 하고 바람이 불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지 높게 연이 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지자체와 의회의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소외계층을 위한 인문학 교육과정인 클레멘트 코스의 창립자인 얼 쇼리스의 저서 ‘희망의 인문학-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생각이 반영된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라’. 답은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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