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현장, 공생의 교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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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주주의의 현장, 공생의 교육으로

김대중 전라남도교육감

[특별기고] 이제야 우리 아이들에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헌법정신이란 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헌법은 이번 12·3 내란 사건을 극복하면서 국민의 마음과 생활 속에 살아 숨 쉬는 진정한 국민의 헌법이 되었다. 앞으로 개헌논의가 진행된다면 K-Pop, K-Food, K-Edu에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K-Demo(민주주의)를 담아내는 헌법이 되기를 바란다.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우리 헌법은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다. 모두 아홉 차례의 헌법개정이 있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헌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 현대사와 헌정사가 말해준다.

민주주의 승리의 역사는 국가권력과 국민의 관계 즉, 국민이 국가권력을 얼마나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정확히는 국민과 국가권력의 첨예한 대립이 파국으로 드러났을 때 “누구의 승리로 귀결되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물음이 시작되는 곳이 제헌 헌법에서부터 인정된 대통령의 계엄선포권이다. 대통령이 군사를 동원하여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므로 이것이 발동됐을 때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되는지가 헌법의 최종적인 척도인 셈이다.

대한민국 역사를 보자면, 나라를 지켜야 할 군대가 국민을 향해 동원되면 늘 비극을 불러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건국 이래 1948년 여수·순천10·19에서부터 1980년 5·18민주화운동까지 10여 차례의 계엄이 발동되었다. 1960년 4·19혁명을 제외하고는 계엄을 포고한 대통령이나 세력들이 많은 국민들을 탄압하고도 결국 국가권력을 장악하였다. 이러한 고통의 역사는 우리 국민에게 역사적 트라우마를 갖게 했고 이제껏 온전히 치유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서, 인권과 평화를 상징하는 광주 5·18 정신을 실천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제주4·3과 광주5·18을 인간과 사랑의 시선에서 이야기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특별강연에서 자신이 작가로서의 개인사를 인간과 사랑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는 과정이라고 회고했다. 작가는 국가폭력의 잔인함과 이에 맞서는 인간 사랑의 숭고함이 양립하는 혼란과 고통 속에서도 사랑에 대한 시선을 결코 내려놓지 않았다. 그리하여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승화시킨다.

12·3 내란 사건 이후 국회의사당 주변에 모인 수십만의 시민들이 광장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은 ‘과거와 죽은 자가 현재와 산 자를 돕고 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5·18광주의 주먹밥이 음료와 김밥으로, 오월광주의 대동 세상이 연대와 사랑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다른 점은 그때는 국가폭력이 승리하여 헌법과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우리에게 역사적 트라우마를 남겼으나, 지금은 국민이 승리하여 역사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국민주권이 국가를 지배하는 진정한 우리 헌법 질서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라고 하셨다. 우리 헌정사가 기나긴 여정을 거쳐 세계에 자랑할 만한 민주공화국 헌법으로 발전하였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노벨상을 수상한 두 분이 구해낸 인권과 평화, 사랑과 인간애는 우리 교육에 담아내야 한다. 함께 존중하고 살아가는 것을 넘어 서로가 서로를 살게 하는 힘이 되는 공생의 교육으로 이어가야 한다.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우리가 이룩한 민주주의 문화를 잘 습득하여 장차 세계를 선도하는 세계시민이 될 수 있도록 우리 기성세대가 훌륭한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광남일보 기자 @gwangnam.co.kr        광남일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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