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예산안 심사, 주민 통제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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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예산안 심사, 주민 통제력 강화해야

박형대 전남도의원

박형대 전남도의원
[기고] 국가재정은 기본적으로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으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정부 예산의 심의·확정권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동시에 국민의 예산 참여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정부 예산안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전남도는 다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라남도와 전라남도교육청의 예산안은 도민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다. 오직 전남도의원에게만 제출되었다. 도민들은 의원을 통해서만 예산안을 확인할 수 있었고, 실제로 볼 수 있는 것은 이미 ‘예산안’이 예산 심의가 확정된 ‘예산서’ 뿐이었다.

예산안 심의에서 주민 참여와 주민 주권을 보장했어야 함에도 전남도는 예산을 당연하다는 듯이 비공개해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본인은 전남도의회 의장 선거 후보 출마 시 ‘예산안 공개’와 ‘예ㆍ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 회의록 공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행히 전남도의회는 2025년 예산안부터 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가 시작되었다.

일반 의안과 같이 전남도와 전남교육청 예산안이 도민들에게 공유되고 있다. 이제야 정상화된 것이다. 앞으로 전남도민들은 의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본인들의 의사를 언제든지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좀 더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면 의회에서 누리집에 공개하는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집행부 즉 전남도와 전남교육청이 주민 대상으로 예산안 설명회를 개최함으로써 예산 접근권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다.

예산안 공개와 더불어 하나 더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지방의회 계수조정 소위위원회 공개 문제다. 예산 심사의 꽃은 계수조정에 있다. 예산안 삭감과 증액이 이루어지는 곳이라 끝날 때까지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다. 예산안의 문제점, 의회의 역량, 의원들의 관심 사항 등이 그대로 표현되는 말 그대로 진풍경이다.

그러나 계수조정 소위는 일절 공개되지 않고 회의록도 존재하지 않는다. 주민들은 예산안 심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제거된 결과만 받아 볼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도 예산서 상에서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밀실’, ‘담합’,‘나눠 먹기’ 심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개 여부의 찬반도 팽팽하다. 반대의견은 의원의 소신있는 예산 심사를 과도하게 제한할 뿐 아니라 예산 삭감 시 의원이 부당한 압력을 받을 수 있어 결국 의회 심사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면 타당하지만, 그 어떤 것도 국민주권 원칙 위에 있지 않으며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12.3 내란 사태에서도 확인하듯이 헌법과 법률에 기반하지 않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해서 안 된다는 것이 시대의 메시지이다. 정치 전반에 국민의 참여와 통제가 강화될수록 즉,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수록 우리의 민주주의는 한층 성숙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이자, 역사를 통해 배워온 교훈이다.

예산안 심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깜깜이 예산안 심의가 아닌 주민에 의한 예산 통제권이 강화될수록 예산안 심사의 공정성과 합리성이 높아지고 의회의 기능과 역량은 높아질 것이다.

이미 국회는 2006년부터 계수조정 소위 회의 속기록을 공개하고 있다. 물론 ‘소위’ 위에 ‘소소위’가 존재하면서 아직도 쪽지예산이 사라지지 않고는 있지만 공개의 범위는 확대되었다.

지방의회 중에서도 계수조정 소위를 공개하는 곳이 있다. 서울시는 완전한 공개는 아니지만 수정 조서를 공개함으로써 예산안 변화 과정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과천시의회는 생중계 및 회의록을 공개하여 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지방의회 계수조정 소위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의회 민주주의 차원에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제 전라남도 및 시·군 지방의회도 그간의 관행에서 벗어나 예산안 심사 공개와 주민 알권리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이다.

예산안 공개를 넘어 예산 심사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예산에 대한 주민의 권리가 높아지고 민주적으로 합리적 심사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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