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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출간한 김정훈 시인 시집 ‘아들과 함께 보는 서울의 봄’ |
광주전남 문단을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 항일문학 연구를 집중적으로 해온 김정훈 전남과학대학 교수가 일본 현지에서 등단을 한데 이어 이번에는 정식으로 시인으로 인정받았다는 징표가 될 그곳의 시인 명단에 포함돼 주목된다. 김 교수는 지난 8월 일본 도쿄를 연고로 출간되고 있는 3대 시전문지 중 하나인 ‘시와 사상’ 8월호에 일본어로 쓴 시(詩) ‘봉선화’(10연 30행)가 실리면서 정식 데뷔해 당시 문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와 사상’에 수록된 다음날인 8월2일 일본 현지에서 시집 ‘아들과 함께 보는 서울의 봄’이 출간, 국내에 머물며 일본 현지 시인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됐다. 시집은 일본 나고야의 후바이샤 출판사에서 나왔으며, 순수 창작시 50여편이 수록돼 소개됐다.
연말이 되면 일본 현지 문예지에서 시인 주소록을 수정, 보완해 책자를 펴내는 문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에는 ‘시와 사상’에서 그의 이름(26p)을 추가한 ‘전국시인주소록’ 책자를 지난 1일 발행해 김 교수에게 전달됐다.
김 교수의 등단은 지난해 8월 갑자기 이뤄졌다기보다는 그해 5월 이전 이미 일본 문단 관계자로부터 등단 관련 통보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김정훈 교수는 “한일교류와 한일문제에 대해 연구를 해오던 중 당시 일본에서 등단 소식을 듣고 시의 주제 등 전반적 창작을 망라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 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면서 “시적인 것들에 대해 고민을 깊이있게 했으며, 막상 시를 써야 한다고 마음을 먹으니까 그동안 마음에 내재돼 있던 시심이 봇물 터지듯이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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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전문지 ‘시와 사상’에서 김교수에게 보내온 전국시인주소록 책자 표지 뒷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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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교수 |
그는 자신의 시문학과 관련해 “일본의 자민당 정권과 거기에 휘둘리는 매스컴, 그리고 역사교육의 한계 등에서 느끼는 허탈감과 우리 내부의 문제도 의식하며 썼다”고 전했다.
김정훈 교수는 조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 간세이가쿠인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주오대학 사회과학연구소 객원교수로 초청받아 연구와 강의를 진행한 바 있고, 동 대학 정책문화종합연구소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유학 뒤 국내로 돌아온 그는 대학교수 생활 30여 년 동안 국내와 일본에서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조선시인 독립과 저항의 노래’,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를 포함해 저서와 번역서, 편저, 강의 텍스트 등 30여권의 책을 출간했다.
지난해 4월에는 김 교수의 편저(기획)로 이석성, 정우채, 박준채 등 일제강점기 나주 출신 저항시인 연구를 비롯해 이육사 윤동주를 망라한 대표적인 저항시인들을 한·중·일, 북한 연구자들이 논한 내용을 담은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2023년 일본 아카시쇼텐 刊)가 도쿄대생이 고른 책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