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국립의대 설립은 정부 약속이자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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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남 국립의대 설립은 정부 약속이자 책무

장광열 전남도 의대설립추진단장

장광열 의대설립추진단장
[기고] ‘최고 수준의 건강을 누리는 것은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선언은 1946년에 창립된 세계보건기구(WHO)의 헌장에 담겨 있다. 이는 건강권이 전 세계인의 기본적인 인권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헌법과 보건의료기본법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36조에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그리고 ‘보건의료기본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지킬 법적·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갖고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전남의 현실은 어떠한가. 의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도민들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건강권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전남보다 인구가 적은 전북과 충북은 각각 2개, 강원도는 4개의 의과대학이 있지만, 전남에는 단 한 곳도 없으며, 대학병원도 없는 실정이다.

안타깝게도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 몫이다. 도내에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매년 70만 명의 도민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타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의료비 유출만도 연간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자연스레 의대 신설은 전남도민의 최대 염원이 되었으며, 전남도는 이 숙원을 풀기 위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립의대 설립을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매번 벽에 부딪히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급물살을 탄 건 지난해 3월에서부터다. 국무총리가 교육부, 보건복지부와 함께 정부 합동담화문을 통해 전라남도 국립의대 설립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마침내 우리 전라남도에 국립의과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가히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맞았다.

전남도는 ‘지역 의견을 수렴해 의대를 신설할 대학을 정해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최적의 방안으로 ‘국립대학교 통합의과대학’ 설립을 추천했다. 이를 위해 목포대와 순천대의 대학 통합이라는 쉽지 않은 합의까지 이끌어내며,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의대를 설립하겠다는 절박한 의지를 보였다. 정부도 국가적 과제인 ‘1도 1국립대’ 정책에 부응하는 통합의대 설립안을 반겼다.

하지만 전남도가 지난해 11월 정부에 의대 설립 추천서를 제출한 이후 예기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쳤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 정국이 혼란에 빠졌고, 계속된 의료대란 속에서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던 전남 의대 설립 추진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의 입장은 한결같다. 정부가 약속을 했고, 전남도는 정부 요청을 충실히 이행했으니,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약속대로 전남에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

논어에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다. ‘국가는 백성의 믿음 없이는 바로 설 수 없다’는 뜻으로, 국가의 신뢰를 무엇보다 강조하는 말이다. 국가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다면, 어떤 정책을 펼쳐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전남도 국립의대 설립’은 정부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들에게 천명한 약속이다. 이는 국가 행정의 신뢰성 제고와 안정성 확보를 위한 중대한 사안으로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에 있어서도 전남 의대 신설은 의대 정원 조정 논의에 앞서 다뤄져야 한다. 이번 정원 증원 논의 이전부터 전남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 문제로 인해 의대 신설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는 특정 시기의 정책이 아니라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국가적인 과제다. 따라서 어떤 변수가 생기더라도 전남에 의대가 설립되어야 할 당위성은 분명하다.

전남도는 정부, 국회, 의료계와 긴밀히 협력하며, 국립의대 설립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 도민들이 WHO 헌장과 헌법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타 지역과 동등한 건강권을 보장받는 날을 간절히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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