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분기(-0.2%) 역성장 이후 제대로 반등하지 못하고 불과 세 분기 만에 다시 후퇴하면서,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도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한 1.5%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2%로 집계됐다고 24일 발표했다. 한은의 지난 2월 공식 전망치 0.2%보다 0.4%포인트(p)나 낮은 수준이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깜짝 성장’(1.3%) 이후 곧바로 2분기 -0.2%까지 떨어졌고, 3분기와 4분기 모두 0.1%에 그치는 등 뚜렷한 반등에 실패하다가 결국 다시 역성장의 수렁에 빠졌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 정책 예고에 따른 통상환경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와 투자 심리 회복을 지연시켰다”며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일부 건설현장 공사 중단, 대형 산불 등 이례적인 요인도 발생하면서 성장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성장률이 0.1% 이하에 그치는 저성장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예전처럼 대외적인 충격이 와서 위기가 발생하는 상황이 아니라,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주요인으로 건설투자와 민간소비를 꼽았다.
이 국장은 “건설투자가 작년 2분기부터 성장률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장기 고금리 상황,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미분양 증가에 따른 주택 경기 부진 등 구조적 요인들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면서 주요 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상승해 건설업체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민간소비도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은 아니지만, 예전만큼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 외에도 코로나19 시기 가전과 가구 등 내구재 소비가 늘어났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이어지고 있고, 의류, 신발, 식료품 등 준내구재나 비내구재 가격이 상당폭 오르면서 소비를 제약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 경로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서도 2분기에는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국장은 “내수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는 어렵지만 2분기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소폭 개선될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며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고,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0.75%p 인하한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투자 부문과 관련해 “건설투자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공공부문 투자가 늘면 투자 부진이 완화할 수 있다”며 “설비투자도 일시적 조정을 마치고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대선 관련 예산 집행, 적극적인 정부 지출도 2분기 성장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1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가 오락문화·의료 등 서비스 소비 부진으로 직전 분기보다 0.1% 감소했고 정부소비도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줄어 0.1% 뒷걸음쳤다.
특히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3.2%나 줄었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위주로 2.1% 축소됐다. 설비투자의 1분기 성장률은 2021년 3분기(-4.9%) 이후 3년 6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수출 역시 화학제품·기계·장비 등이 고전하면서 1.1% 감소했다. 다만 수입도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류 중심으로 2.0% 함께 줄었다.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각 -0.4%p, -0.2%p를 기록했다. 그만큼 성장률을 깎아내렸다는 뜻이다. 민간소비(0%p)와 정부소비(0%p)는 성장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내수와 순수출(수출-수입)로 나눠보면,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전체 내수는 0.6%p 성장률을 주저앉혔고 순수출은 오히려 0.3%p 끌어올렸다.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 감소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전기·가스·수도업이 가스·증기·공기조절 공급업을 중심으로 7.9% 성장했고 농림어업도 어업 호조로 3.2% 늘었다.
반대로 제조업은 화학물질·화학제품·기계·장비 등 위주로 0.8% 감소했고, 건설업도 건물건설 부진과 함께 1.5% 줄었다.
서비스업(0%)의 경우 금융·보험·정보통신업 등은 늘고 운수업·도소매·숙박음식업은 줄면서 전체로는 정체 상태를 보였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작년 4분기보다 0.4% 감소했다.